단박

by 풍경

우리도

언젠가는

낙화落花하리라


문득 불어오는

바람 소리에

가야 할 때임을 알고


겸허히

이 생에서 낙하落下하여

대지大地의 근원으로

돌아가리니


꽃으로 피어

아름답다지만

낙화落花의 거룩함에

견줄 수 있으리


잘 살아낸 생生이

단박에 떨어져

그 자리에 곱게 물든

단풍丹楓이 되리라


/


새벽 1시를 향해 가는 시각, 6년 전 제자로부터 카톡이 왔다. ‘선생님 ㅠ’ - 문자文字에 불구한데 감정의 출렁거림이 전해졌다. 불길한 예감이 들어 통화를 했다. 목소리는 깊이 잠겨 있으면서도 가볍게 떨고 있었다. 늦은 밤 들려온 친구의 부음 소식에 자신의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 내게 연락을 한 것이었다. 그 친구 또한 나의 제자였기에 나 또한 정신이 까마득했다. 우리 반은 아니었지만 시골 작은 학교여서 속속들이 사정을 다 알고 있었기에 그 친구를 또렷하게 기억한다.


그냥 힘들다는 말을 했었지만 이리될 줄 몰랐다는 녀석의 괴로움과 자책감이 무겁게 전해져 왔다. 흐느끼는 제자를 그저 달랬고 쏟아내는 말들을 묵묵히 들어줄 뿐 이 일에 대해서만큼은 내가 해줄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생生의 시간에 익숙한 사람은 사死의 세계가 한낱 허상虛像처럼 느껴질 수 있다. 특히 살아갈 날이 더 많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늙음老조차도 나의 일이 아닌데 하물며 사死는 오죽하겠는가.


잘 살지 못해 삶을 포기하는 것이라면 과연 잘 산다는 건 뭘까. 자신이 세상의 기준에 함량 미달이라 생각되면 우리는 불안해하고 위축되며 무능하다 여겨 자책한다. 그런데 그 함량은 누가 정하는 것일까. 생사生死는 그저 오가는 것일 뿐 어떤 기준도 없고 성공도 실패도 없는 것이라면 그 친구는 낙화落花의 때를 맞아 그저 단박에 떨어진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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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출처 : pixabay ]


# 단박 / 2021. 12. 9. punggy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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