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새소리가 쾌청하니 마음도 덩달아 맑아진다. 어느 때부터인가 귀는 소리를 걸러내고 눈은 모습을 걸러낸다. 전선줄에 앉아있는 새소리에 귀가 쫑긋하고 눈은 새를 쫓는다. 그때 또 어디선가 다른 새소리가 들려오자 시선은 열심히 새의 위치를 추적한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나 잡아 봐라’ 하는 듯이 주변 새들의 목소리가 저마다의 빛깔로 들려온다. 예전에는 새소리가 들리면 그냥 새소리 하나로 엇셈했는데 이제는 저마다의 빛깔과 소리가 들려온다. 잠시 시선을 아래로 떨어뜨리니 동백꽃이 아파트 화단에 아름드리 피었다. 선홍빛 자태를 드러내는 겨울의 꽃, 동백과 눈인사를 나눈다.
밀린 업무로 주말마저 출근해야 하는 신세이지만-좀 더 솔직히 말하자면 업무량도 업무량이지만 점점 속도에 밀리는 나이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오랜만에 차를 두고 걸어가는 길이 정겹다. 덕분에 한들거리며 집을 나선 출근길에서 즐거운 소리와 모양을 만나 미소 짓는다. 두 발 딛고 서 있는 이 땅에서 무엇을 보고 무엇을 들으며 사는가를 고민하는 것은 삶의 중요한 일임을 일깨우는 아침이다. 산란했던 어젯밤 꿈자리가 모두 흩어지고 새날의 맑은 선물로 한 번뿐인 오늘의 아침을 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