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비가 내린다. 간밤 내린 비로 대지는 청초하고 차분하다. 이른 시각 창밖을 내다보니 세상은 정지되어 있다. 하루의 시작이 요란하지 않으니 생각도 번잡스럽지 않고 마음도 고요하다. 창에 비친 내 모습이 낯설면서도 낯익다. 오랜 시간을 나와 함께 한 진정한 인연이다. 나를 가장 잘 알면서도 가장 많이 외면했던 지난 시간이 스쳐 지나간다. 빗방울 하나하나에 울고 웃었던 모습들이 맺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였기에 가능한 세월이다. 내리는 비를 바라보며 늘 함께였던 이에게 안부를 전한다.
"너였기에 지금이 있고 너였기에 지금을 산다. 기특한 너와 함께 기특한 삶을 살고 싶어라. 나의 영원한 삶의 동행자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