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시詩가 되기 위해
길을 걸었다
때로는
눈부신 태양을 따라
비상飛上하는 꿈을 키웠고
때로는
넓은 바다에 주저앉아
잉여剩餘의 시간을 애태웠건만
수레바퀴의 시간들은
시詩가 되기 위해
응축된 삶을 녹이는
긴 여정이었다
그 길은
가슴조차 몰랐다
길이 나를 이끌었을 뿐
나는
오늘도 시詩가 되어
길을 걷는다
/
시詩가 되는 길, 사死가 되는 길
늘 삶의 어느 지점에서 잠시 멈춰서 걸어온 길을 되짚어 보면 결국은 ‘지금’이 되기 위한 여정이었다. 교사가 되려고 해서 된 것이 아니었고 두 딸의 엄마가 되려고 해서 된 것도 아니었다. 늘 애쓴 일은 뜻대로 되지 않았고 애쓰지 않은 일은 저절로 되었다. 시詩답지 않은 시詩를 쓰는 일도 예외는 아니다. 부끄럽지만 시詩에 문외한인 내가 지금 시詩랍시고 시詩를 쓰고 있다. 변명이라면 억지가 아니라 가슴에서 문득 또는 그냥 흘러내리기에 그저 손으로 주워 담아보는 것이다.
삶은 어쩌면 이리 흘러가는 것일 것이다. 그 흐름이 되기 위해 무수한 인연이 나를 도왔고 그 인연들 덕분으로 지금 이 자리에 있다. 또 얼마간의 시간이 흐르면 나는 또 걸어온 길을 되짚어 볼 것이다. 물론 그때도 지금이 되기 위한 또 다른 여정이었으리라. 앞으로 나는 또 어떤 모습으로 어떻게 흘러갈까. 강물이 나날이 불어나 큰 바다를 이루듯 언젠가 나의 삶도 강물처럼 불어나 여여히 큰 바다에 이를 런지 잠시 생각에 젖어본다. 그리고 생生의 마지막 어느 날, 이 생生 또한 결국은 사死가 되기 위한 긴 여정이었음을 받아들이리라.
이문세 - 시를 위한 詩 (1988年)
https://www.youtube.com/watch?v=CLBwIXoeuG4
# 시詩가 되는 길 / 2021. 12. 18. punggye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