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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풍경 Apr 10. 2022

동상이몽同床異夢

비가 내린다

빗소리가 나를 일으킨다

애타는 마음은

그대에게 가 있건만

     

오늘도 나는

그대를 닮은 이에게

와 있다

      

닮았다는 건

그대가 아님을 알기에

나 홀로 먼바다를 바라보며

동상이몽의 시간을

보낸다  

    

나는

달리고 싶은

여린 짐승

      

깊은 밤마다

어둠을 풀어헤치고

목놓아 운다

      

언제쯤 그대를

밟고 지나간다는 망념을

뿌리째 뽑아

그대의 푸른 가슴에

안길 수 있을까

     

/      


월정리 바다를 못 본 지도 꽤 오래다. 늘 마음만 있으면 갈 수 있는 곳이었는데 그렇지 않을 수도 있었다. 미래는 미지수이니까. 지금은 시간도 마음도 다 있는데 못 가고 있다. 그곳으로 가는 길 위에서 오빠를 떠나보냈다. 슬픔을 주체하지 못해 그곳에 가서 펑펑 울고 싶었다. 그러나 그날의 기억이 나를 옴짝달싹 못하게 하고 있다. 나는 밤마다 마음은 천 리를 달리고 싶어도 두 발이 꽁꽁 묶인 채 서럽게 우는 여린 짐승이었다.      

'도대체 나보고 어쩌라는 거야!!!'

쇠사슬에 묶인 채 긴긴밤을 두려움에 떨어야만 했다.  그 밤, 아무도 없는 빈 방에서 혼자 공포를 끌어안고 생사의 경계를 넘어섰다. 그러나 아직도 그대를 닮은 바다 앞에서 그대를 그리워하고 있다...

# 동상이몽 同床異夢 / 2022. 4. 10. punggy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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