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무르익은 수목원 숲길을 걸었다. 늘 그렇듯이 그 길을 뚜벅뚜벅 걸었다. 문득 시선이 느껴져 고개를 드니 저기서 누군가 어서 오라 손짓한다. 지난해 보잘것없는 시詩의 모델이 되어준 그녀가 돌아왔다. 반가운 마음에 달려가 한참을 눈인사하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그녀의 이름은 아기사과나무(꽃사과나무)이다. 어린 소녀였던 그녀에게서 우아하고 성숙한 숙녀의 향기가 전해졌다. 그녀를 기다리는 동안 나의 삶도 조금은 여물었을까. 그녀처럼 나의 삶도 여물고 있기를, 그녀처럼 곱게 여물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