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나지막이 ‘삶-’이라 읊조려 보았다. 그 순간 왜 가슴이 뭉클하면서 눈물이 핑그르르 돌았을까. 가끔 지나온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길-게 스쳐 지나갈 때, 그 이야기가 꼬리에 꼬리를 물 때 그제서야 지천명의 나이를 넘겼다는 것을 실감한다.
참으로 크고 작은 일들이 나와 함께 먼 길을 걸어왔다. 그러고 보니 언제나 그들과 함께였다. 그럼에도 나는 여전히 건재하다. 그때는 막연한 미래의 불안으로 걱정과 절망 속을 헤매었다. 당장이라도 어떻게 될 것만 같았는데 그때 미래라 생각했던 지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얼마 전에 길거리에서 우연히 3년 전 제자를 만났다. 그때 당시 그 아이의 집안은 경제적으로 큰 위기에 처해 있었고 다음 날을 예측하지 못할 정도로 아이는 극도로 불안했었다. 고등학교 진학은 물론 학업을 포기하고 돈을 벌겠다고 억지를 부렸었다. 그 아이를 붙들어 마음을 진정시키고 마음껏 품에서 울게 했다. 어찌어찌 그해 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에 진학을 했다. 해맑게 인사하는 그 아이의 모습에서 예전의 불안은 찾아볼 수 없었다.
삶은 미지의 세계를 덤덤히 걸어가는 모험이자 무수한 사연을 등에 하나씩 얹으면서 아련히 먼바다로 떠나는 긴 여정인 듯하다. 지금 우리 모두가 걷는 길이자 계속 걸어가야만 할 길이기에 애수를 가슴에 품으면서도 힘겹게 살아온 날들이 있기에 애틋하기만 하다. 그럼에도 먼바다로 가는 여정을 멈추지 않는다. 다시 길을 나선다. 오늘도 삶은 건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