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鄕愁

by 풍경

푸른 바다가

심호흡을 하면

보랏빛

노스탤지어는

바람결에

나풀거리다가

파닥이는

그리움이

발목에 갇혀

생生의 기억

저편을 떠돌다가

주저앉고 만다

야생野生의 바람이

손목을 부여잡고

나를 이끄니

고운 손결에

애수哀愁를 함빡 실어

바람을 따른다

마음은

드넓은 하늘가

어디메쯤 가 있을까


/


아침부터 장마를 알리는 텁텁한 비가 내렸다. 큰 비가 오기 전에 서둘러 친정집에 갔다. 어머니는 역시나 비바람을 대비해 고춧대를 단단히 지지하고 그 위에 비닐을 씌우고 계셨다. 크고 작은 화분들도 벌써 현관 앞쪽으로 피신을 했다. 오랜만에 올망졸망 모여서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앙증맞았다.

친정 가는 길은 마치 고향에 가는 것처럼 마음이 편하다. 그리고 거기에는 나만의 원칙이 있다. “갈 때는 지름길, 올 때는 에두르는 길” 돌아올 때는 가까운 길을 버리고 해안도로를 에둘러 바다를 꼭 보고 가기 때문이다.

오늘은 평소보다 더 긴 코스를 선택해서 이호 테우해변까지 갔다. 역시나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바닷가 앞에 펼쳐진 보랏빛 꽃들의 아우성에 차를 멈추지 않을 수 없었다. 제주의 거센 바람을 온몸으로 견디며 너울너울 춤을 추는 모습을 한동안 지켜보았다. 바다를 향해, 하늘을 향해 내달음 것만 같은 꽃들의 애절한 목소리에 발걸음을 멈추고 잠시 옛 생각에 젖었다.

날이 좋아서 날이 궂어서 그냥 그저 그래서 좋았던 지난날, 그토록 길다 여겼던 시간이 파노라마처럼 짧게 펼쳐졌다. 그 시절이 그립고 그 사람이 그립다가 때로는 그 시절이 서럽고 그 사람이 서럽고...

그렇게 하늘과 바다를 좇는 보랏빛 꽃 속에 파묻혀 온몸으로 바람을 맞았다. 짙은 보랏빛 향수가 바람결에 스쳐 지나가며 진한 여운을 남겼다.

# 향수鄕愁 / 2021. 7. 3. punggy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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