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우리 반 학생이 페이스북 친구 요청을 했다. 미안하지만 수락은 하지 않았다. 사실 페이스북은 이미 4년 차이지만 비공개로 이용하고 있다. 그간 친구 요청이 와도 수락하지 않은 이유는 번잡스러움이 싫어서이다. 페북은 전 연령대가 애용하는 소통망인 데다 특히 요즘 아이들의 놀이터인지라 아마도 공개하면 지금은 물론 그간 스쳐간 무수한 아이들이 떼로 몰려올 것이다.
가끔 글을 통해 결이 같은 사람들과 가볍게 소통하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직업 특성상 퇴근 전까지는 일에 쫓기고 퇴근 후에는 개인적으로 하는 일들의 집중과 균형을 위해서 잠시 미루고 있다. 수락하는 일이 무슨 대수냐고 생각하겠지만 무턱대고 수락만 하고 관리가 되지 않거나 성의 없는 만남이 되는 일은 수락을 안 하는 것만 못하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sns일지라도 관계는 신중해야 하고 신뢰가 밑바탕이 되어야 한다는 고집이 있기에 공개 시기는 좀 더 늦어지지 않을까 싶다.
살다 보면 늘 좋은 일만 있지 않다. 때로는 피하고 싶고 나를 피해 갔으면 하는 일들도 있다. 하지만 일어날 일은 어김없이 일어난다. 그 일이 어떤 일이든 흔히 말하는 넘어야 할 산이라면 그때 수락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자유의지의 문제가 된다.
삶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해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고, 내게 닥친 일을 흔쾌히 수락하는 것은 어쩌면 삶이 내게 보내는 무언無言의 신호를 알아채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당시에는 왜 내게 이런 일이 생겼는지 괴로워했지만 돌이켜보면 그 일이 문제였다기보다는 그 일이 지금의 나를 만들고 그 일을 통해 나는 물론 삶의 큰 변화가 찾아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괴로움에서 벗어나려 하면 할수록 더 깊이 빠져들지만 삶 그 자체를 허용한다면 더는 문제가 문제 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