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화假花

by 풍경

훨훨 나는

저 새들아

어서 오너라

그대를 위해

가화假花를

피워야만 하느니

호접胡蝶의 춤에

박수를 치고

벌들의 손짓에

화답和答을 하리라

거센 바람아

불어라

어서 오너라

내게로 와

꽃가루받이가 되어 주련

그대만 꽃 피울 수 있다면

스스럼없이

이 한생 버리는 게

대수이더냐

그대만 꽃 피울 수 있다면

지는 일이 두렵지 않다

푸른 바닷빛과

밤하늘의 별을 닮은

그대,

산수국山水菊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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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제주는 수국의 명소가 되었다. 제주 전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수국을 배경으로 찍은 감성 사진이 SNS에 업데이트되면서 요즘에는 수국을 보기 위해 당일로 제주에 오는 경우도 많다. 화려하고 신비로운 색감이 단연 시선을 끌기에 충분하니 여름 꽃으로 수국을 따라잡을만한 게 없는 듯하다. 그런데 얼마 전 식물에 대해 잘 아시는 분에게 산수국에 얽힌 이야기를 듣지 않았다면 나 또한 화려한 치장을 하는 꽃 정도로만 알고 있을 뻔했다.

산수국을 보면 가운데와 둘레에 꽃이 핀다. 둘레에 핀 큰 꽃이 암술과 수술이 없는 가짜 꽃(무성화. 중성화)이며 가운데에 있는 진짜 꽃(양성화)은 크기가 너무 작아 곤충들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화려한 가짜 꽃은 곤충들을 유인하여 가루받이가 끝나고 열매가 맺히면 마치 등을 돌리듯 뒤집어지고 색깔도 서서히 초록빛이나 어두운 빛으로 변한다. 그래서 산수국을 ‘공화空華’, ‘가화假花’, ‘장식화裝飾花’라 부르기도 한다.

흔히 산수국의 꽃말은 ‘변심’, ‘변하기 쉬운 사랑’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토양에 따라 꽃의 색깔이 제각각 변하기 때문이라고도 하고 참꽃인 줄 알고 왔다가 헛꽃의 아름다움에 마음이 변하기 때문이라고 하는 등 여러 사연이 전해진다.

그런데 나는 수목원에 활짝 핀 산수국을 볼 때 참꽃을 위한 헛꽃의 배려가 자식을 위해 희생하는 어머니로 여겨졌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자식이 잘 되기만을 바라는 어머니의 마음처럼 헛꽃의 임무는 오로지 참꽃을 피우는 일이다. 그리고 그 임무를 완수하면 화려함을 버리고 평범 그 자체가 된다. 과연 이런 헛꽃이 단지 참꽃을 위한 장식일 뿐이거나 진짜가 아닌 헛된 모습뿐일까 하는 의문이 든다.

산수화를 보며 과연 진짜와 가짜의 차이는 무엇이며 무엇을 기준으로 이 둘을 나누는 건지 생각해보았다. 그리고 참꽃을 위해 모든 것을 감수하고 희생하는 헛꽃이 진정한 참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사로 표현하자면 자신의 이익만을 위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성장시키면서 타인을 이익되게 하는 삶이 진짜가 아닐까.

# 가화假花 / 2021. 7. 17. punggy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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