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월半月

by 풍경

몽환夢幻의 밤이여

파안破顔의 꽃이여

켜켜이 쌓인

선홍빛 기억들이


밤물결 따라

파닥거리면

한 줌 바람 되어

가슴께 스칠 때

스으윽ㅡ

베이는 그리움

반쪽 된

삶의 파편들은

두서없이

밀려왔다가

추억의 진액을

반만 남긴 채

맥없이 쓸려가네

한낮의

서투른 열정을

웅숭깊게 녹이는

노오란

밤의 여인이여

고요에 드리운

은빛 화환이여

/


초저녁부터 한바탕 우르릉 쿵쾅 번개가 치고 하늘이 번쩍거리더니 결국 장맛비가 내렸다. 그럼에도 후련하지 않은지 하늘은 여전히 찌뿌둥하다. 먹구름과 흰 구름이 교차되어 신묘한 모양을 빚어내고 있건만 아쉽게도 오늘 밤은 달이 구름에 반쯤 숨었다 보였다 하며 숨바꼭질을 한다. 오늘이 음력 6월 9일이니 아마도 반달이겠구나...


어렸을 때 즐겨 불렀던 '반달' 노래가 떠올랐다. 친구와 함께 손뼉치기 율동을 하며 신나게 노래를 불러도 왠지 모를 구슬픔이 느껴졌었다. 아니나 다를까, 윤극영 선생님의 첫째 누이가 30살에 요절을 했는데 밤하늘의 반달을 보고 누이를 생각하며 시상詩想을 떠올렸다고 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NWI5KSS0Drk

살다 보면 마음속에 남아 늘 가슴 한편을 아리게 하는 사람이 있다. 지금 내 곁에 없지만 마음속에 여전히 생생하게 살아있어 그의 빛나는 미소는 물론이거니와 다정한 목소리, 특유의 표정까지도 모두 떠올릴 수 있다. 그 모습은 시간이 흐를수록 잊히는 게 아니라 더 선명해진다.


나는 마지막 그의 미소를 잊지 못한다. 세상 모든 것을 품고도 남을 만큼 한없이 자애로운 미소였다. 살면서 힘들 때 나는 그 미소를 떠올린다. 떠올릴 때마다 다시 살아나는 그 이름, 나의 아버지...

술 한 잔 걸치시면 구슬프게 부르시던 그 노래...

"푸른 하늘 은하수 하얀 쪽배에 / 계수나무 한 나무 토끼 한 마리

돛대도 아니 달고 삿대도 없이 / 가기도 잘도 간다 서쪽나라로"

# 반월半月 / 2021. 07. 18. punggy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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