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온平穩

by 풍경

숲은

고요하여

정적靜寂이 흐르고


마음은

구름 따라

유유悠悠히 흐른다


흐르는

땀줄기


가슴을 타고

낙하落下하려 하나


바람은

삽시간에


냉기冷氣를

불어넣으니


한줄기

환희歡喜를

만끽한다


세상사

잠시 잊고


멍하니 앉아

바람을 느끼니


마음은

스스로

무심無心하여


가없는

평온平穩이


살갑게

불어온다


/

저녁식사 준비 전에 수목원을 얼른 다녀오자는 심산으로 오후 4시쯤 집을 나섰다. 역시나 얼마 걷지 않아서 지열로 발바닥이 얼얼하고 살갗은 타들어가듯 벌겋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온몸에 땀구멍이 열렸는지 가슴으로 등으로 물줄기가 흘러내렸다. 더위를 별로 타지 않는데 이 정도인 것을 보면 오늘 날씨를 예측하고도 남을 일이었다.


어제 내린 장맛비로 숲은 더욱 생명력이 넘쳤다. 발아래를 보니 하룻밤 사이에 여린 풀잎들이 올망졸망 돋아났다. 마치 숲을 축소해놓은 소인국 테마파크에 와 있는 듯했다. 싱그러운 연둣빛은 누가 봐도 간밤에 내린 단비로 영양분을 충분히 섭취하고, 용감하게 대지를 뚫고 세상으로 나온 게 틀림없다. 새삼 생명의 신비가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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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아래 세상도 조화와 균형을 이루며 생명은 유유히 흐르고 있었다. 덕분에 오늘은 고개 숙여 땅을 보며 여린 식물들과 눈인사를 나눴다. 발아래를 쳐다보며 오름 정상까지 가는데 그새 나는 더위를 잊고 있었다. 몸은 땀이 주르르 흐르는 것을 감지하는데 그럴 때마다 시원한 바람이 훅 한번 스치고 지나가면 선선한 기운이 온몸으로 전해져 정신이 맑아졌다.

날씨 탓인가, 평소보다 사람이 많지 않고 게다가 내가 걷는 길 쪽으로는 발길이 뜸했다. 나무 의자에 앉았다. 바람은 살랑살랑 불고 머리카락도 여리한 잎새들과 더불어 바람결 따라 하늘거렸다. 가끔 들려오는 새소리가 아니면 숲은 정지 그 자체인 듯했다. 시선을 딱히 어느 한 곳에 고정하지 않고 그저 멍하니 어딘지 모를 어딘가를 바라보았다.




몸은 이완되고 마음은 텅 빈 상태로 한참을 앉아있었다. 아무 생각도 일어나지 않았다. 마음은 한없이 평온하여 숨 쉬는 것조차 느낄 수 없었다. 그때 나는 없었다.

# 평온平穩 / 2021. 7. 20. punggy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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