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沈黙

by 풍경

때가 되면

꽃이 피고

때가 되면

꽃이 지네

이른 봄에

홀로 피어나도

뒤늦게 피어

홀로 남아도

누구 하나

재촉하지 않고

누구 하나

붙잡지 않네

바람이 불면

절로 풀이 눕고

눈이 쌓이면

절로 나뭇가지가

꺾이듯이

인연에

반응하는 것은

자연스런 일이라네

바람처럼

구름처럼

여여如如하게

흘러가라

있는 그대로를 보고

있는 그대로를 듣고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라

자연은

늘 침묵沈黙으로

모든 것을 말하고 있다


/


세상 모든 것은 생겼다 사라진다. 우리의 몸은 물론 순간순간 떠오르는 생각, 느낌 등 모든 것이 인연 따라 반응했다가 인연이 다하면 사라진다. 그런데 있는 그대로 만나지 못하고 내 생각대로 해석하고 판단하여 상대를 올렸다 내렸다 하기도 하고 상대에 따라 울었다 웃었다 하기도 한다.

삶의 모든 경험 또한 수없이 생겼다 사라지는 파도와 같다. 하지만 그 파도도 결국 바다로 돌아가듯이 삶의 진실은 원래의 그 자리로 돌아가는 일이다. 흐름 그 자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된다. 그러지 않고 내 생각과 감정을 내 마음대로 해석해서 불러일으키면 삶은 고단하고 고통스러울 뿐이다.

생사生死는 단순히 몸이 태어나고 죽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매 순간 우리는 삶 속에서 생멸生滅을 경험한다. 모든 것들이 생겨나고 사라지기를 반복하지만 결국 제자리로 돌아간다. 꽃이 피듯 생하고 꽃이 지듯 멸하는 것이 자연의 진리이며 삶의 모든 것들이 진실 아닌 것이 없다고 자연은 늘 침묵으로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 침묵沈黙 / 2021. 7. 27. punggyeong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