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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에게

3부 여름 04

by 싱싱샘

가만있어 봐, 너 지금 화내는 게 아니라 서운한 거지. 엄마가 네가 어떻게 해도 그냥 네 맘 알아줬으면 좋겠는 것 맞지. 그러면 서운하다고 말해도 돼. 엄마, 나는 엄마가 이렇게 해줄 줄 알았는데 안 해줘서 서운해. 그렇게 말해도 괜찮아.


엄마는 요즘 엄마 마음을 아주 세밀하게 나눠 봐. 네가 6월 휴가 나오면서 들어갈 때는 기숙학원 버스 타고 들어가겠다고 했잖아. 친구랑 일찍 영화 한 편 보고 말이야. 처음엔 섭섭하더라고. 우리 한 달에 나흘밖에 못 보는데 딸들은 엄마 마음 같지 않구나 싶었지. 그리고 마음을 고쳐먹었어. 딸에겐 친구가 있어야 돼. 같이 복귀할 친구가 있으니 얼마나 좋아. 그렇게 생각하고 훌훌 털었지. 그런데 네가, 엄마가 데려다주면 헤어질 때 울적해서 그런 거라고 말했잖아. 그 말을 듣고 기뻤어. 돌아오는 길에 나만 울적한 줄 알았는데 아무렇지 않아 보이는 너도 그랬구나. 마음이 같을 때 느껴지는 반가움 같은 것 있잖아. 그런데 동시에 짠한 마음이 들더라. 얼마나 힘들면 혼자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을까.


어떤 마음이든 우리가 느끼는 마음은 옳은 마음이야. 있는 그대로 말할 사람이 있다는 건 정말 좋은 것 같아. 스무 살 재수생은 아직 엄마 품 안에 있는 걸까. 네가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길 기다리고 기대해. 사랑은 좋아하는 사람이랑 맛있는 것 먹는 거라잖아. 사랑은 좋아하는 사람과 하루 일과를 나누는 일이기도 하지. 진짜 사랑은 사람을 크게 만들어. 사람이 커졌는데 사랑도 당연히 커지지. 그 사랑으로 아름다운 일들을 하면 좋겠다.


어느새 6월이야. 지금은 여러 가지로 힘들겠지만 이 시간이 모두 지나고 우리 서로 아끼는 사람으로 남아 맛있는 것 먹으면서 있는 그대로의 마음을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세심하게 나를 들여다볼 수 있다면…


소녀가 처음으로 혼자 들어가고

다음 날 오전 학원에서 전화가 왔다.

콧물이 줄줄 난다고,

외부에 나가서 병원 진료 받는다고.


이별병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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