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 여름 08
‘누굴 만나든 일정 시간이 지나면 헤어져야 해. 안 그러면 그때부터 쓸데없는 이야길 하고 있더라고. 자랑 아니면 험담이지. 오늘은 내 말 좀 줄여야지 하는 결심도 시간 앞에서는 무너지더라. 함께하는 시간 총량제를 스스로 정해야 돼.’
혼자 있는 시간을 원래도 좋아했지만 아무 말 하지 않는 시간이 점점 좋아진다. 독서는 등장인물의 이야기를, 작가의 말을, 듣는 시간이다. 읽는 동안은 불쑥 올라오는 반박도 바로 전할 수 없고, 끝까지 읽어야 결론을 낼 수 있으니 절대적으로 들어야만 하는 시간이다. 그 일방의 시간. 나는 입을 다문다. 조용해진다. 말을 안 하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고요해지는지 모른다. 말을 더욱 아끼고 싶다고 생각하던 차에 어떤 책을 소개하는 글에서 ‘말을 아껴 지은 글’이라는 문장을 보았다. 아…
내가 찾던 말이 이것이었구나. 말을 아끼면 글이 되지. 나도 말을 아껴 글을 지어야지. 세상이 시끄러울수록 더욱. 아낀 말들로 글을 짓고 싶다. 소복하게 담긴 한 그릇 밥 같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