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
친구는, 죽을 때 누군가 마중 나온다면 돌아가신 아버지일 것 같다고 했다. 나는 누구일까. 누가 나오길 원하는가. 며칠은 끌어안고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없다. 엄마도 아버지도 아니다. 그냥 혼자 가야지. 이게 슬픈 일일까. 마음에 누구도 들이지 못하고 살고 있구나. 누구에게도 의지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다. 그런데 그것도 내 마음대로 되지는 않을 것이다.
어떤 말은 들은 순간부터 몇 날 며칠 붙잡힌다. 한 줄이라도 쓰고 나면 그때부터 생각이 이어지게 된다. 책을 읽다가, 누군가의 말을 듣다가, 그냥 살다가. 그렇게 나와 계속 이야기한다. 그게 글쓰기일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