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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은 잘 쓰는 사람이 아니라 이야기가 있는 사람이 쓴다는 말이 있다. 소설가처럼 쓸 수 있다면 좋겠지만, 하고 싶은 말을 표현할 정도로 배우고 익히는 건 누구나 가능하다. 쓰면서 실력은 늘고 간절하면 일정 수준을 넘어서기 시작한다. 그런데 쓰고 싶다고 하면서 왜 안 쓰고 못 쓸까 생각해 보면, 이야기가 없기 때문이다. 나는 여기에 하나 더 보태고 싶다. 이야기를 소중히 여기면 쓴다. 너무나 소중하니까 쓴다. 젊은 날 내겐 아무것도 없었다. 마이너스라고 할 만큼 초라했다. 나는 나를 만들고 지켜야 했는데 그것이 이야기의 시작이었다. 작고 사소한 이야기를 모아 지금의 내가 되었다. 나를 이해하게 되었다. 글을 통해서였고 그러므로 어느 날의 글들은 나를 구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