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멜리에스필름 Dec 08. 2023

자산어보

 흑산도라는 오지에서 유배 생활을 하면서도 놓지 않았던 세상에 대한 호기심과 사랑을 보면서 인간 정약전은 참 강하고도 따뜻한 사람이었겠구나 싶었다. 

 조선이라는 신분주의 사회에서 성공을 꿈꾸었던 창대는 정약전을 만나 시간을 보내며 학문을 익힌다.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 평등하고 자유로운 세상을 꿈꾸는 정약전과 성리학을 섬기는 자신이 다르다는 것을 깨닫고 스승과 이별을 택한다. 하지만 창대가 만난 세상은 그 성리학의 원리 주의와는 너무도 다른 부패한 세상이었다. 깨달음을 얻고 다시 돌아왔을 때. 스승은 이미 가고 없었다. 스승이 남긴 편지에는 어부로서의 삶 또한 가치가 있지 않겠냐는 말이 남겨져 있었다. 커다란 바다를 바라보며 고향으로 가는 창대의 모습을 뒤로 하고 영화는 끝이 난다.

 자산어보는 상업 영화가 보여주기 힘든 참 맑고 순한 영화이다. 흥행에 성공하지 못한 것이 아쉽기는 하지만 존재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이상을 성공시키지 못하고 흑산도로 유배된 정약전의 삶. 평범한 사람이었다면 가슴치는 화병에 스스로 사그라들었을 법한데. 끝까지 세상에 대한 호기심과 사랑을 떨치지 못하고 뜨거운 삶을 선택해서 살아갔던 그의 모습에서 많은 것을 느끼게 된다.

매거진의 이전글 해피투게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