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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멜리에스필름 Feb 16. 2024

콘크리트 유토피아 - 리뷰 & 해석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한국 사회의 가장 큰 욕망인 아파트를 소재로 다루고 있습니다. 아파트는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부동산이며, 삶의 목적지 입니다. 은퇴 후 아파트 하나 마련하는 것이 목표가 될정도니까요. 그만큼 편리함과 삶의 목표가 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파트는 한편으론 소시민들이 살던 터전을 몰아낸 후 개발되어 지어지기도 합니다. 그 과정에서 용산참사라는 안타까운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디스토피아라는 소재를 통해서 영화는 한국인이 욕망하는 아파트를 잘 비유해냅니다.


 극단적인 자본주의와 경쟁이 팽배해진 대한민국의 현실에서 함께 살아가고 나누며 살아간다는 것은 너무 이상적인 현실이 되어버린 듯 합니다. 영화 속에서도 그런 인간들의 이기심을 보여줍니다. 아파트에서 내 쫓기면 얼어 죽게 됨에도, 사람을 내 쫓고 자신들의 이익만을 챙기는 아파트 주민을 보면서 저는 분개했습니다. 하지만 리뷰를 보니 오히려 이런 사람들의 모습에 동질감을 느끼고 박보영을 미워하는 사람들도 있더군요. 그렇게 영화는 만들어지고 난 후에는 철저하게 관객의 해석의 몫으로 남겨지는 듯 합니다.


 영화는 쉽게 아파트 주민들의 이기심을 비판하고 단죄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평범한 사람들이었다는 말로 설명하죠. 평범하지만 약하고 겁이 많았던 사람이라고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들은 약하고 두려웠기 때문에 타인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으면서도 자신들의 삶을 지켜내길 바랐던 것이겠죠. 이것은 지극히 한국적인 극도의 경쟁과 자본주의가 팽배한 사회에서 살아온 사람들이 학습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과정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재난이 찾아왔을 때, 주민들은 인간성을 지키고 힘든 삶을 선택할 것이냐. 이기적인 존재가 되어 여유롭게 생존할 것인가를 택할 기회를 가졌습니다. 하지만 주민들은 그 기회를 저버렸고 결국 버려지고 맙니다. 박보영도 아파트에서 쫓겨 나지만, 욕망을 포기하는 순간 해가 뜨고 더 좋은 공동체의 사람들을 만나게 됩니다. 하지만 이기적인 선택을 했던 박서준에게는 보다 나은 인간적인 선택을 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습니다. 내내 의심하고 괴로워하며 사람들을 도왔던 박보영의 양심이 박보영을 더 나은 삶으로 이끌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살아가는 것이 너무 힘들어 이기적이고 빠른 선택을 하는 수 많은 평범한 사람들 사이에서 양심을 지키고 인간적인 선택을 하는 것이야 말로 결국에는 미래를 위한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한 일이라는 점을 영화는 보여줍니다. 저는 엄태화 감독의 섬세하게 관객을 설득해 나가는 솜씨에 감명을 받은 것 같아요. 사람들을 단죄하고 정의를 내세우기보다. 세심하게 메시지를 전하는 과정에서 마음에 얼어있던 얼음이 녹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리고 왜 이 영화가 23년을 대표하는 한국 영화가 될 수 밖에 없는지를 다시 한번 느끼게 해주는 것 같습니다.


 배우들의 살신성인을 다한 연기와 좋은 이야기가 한데 어우러진 좋은 영화였습니다. 이런 영화가 제작될 수 있었다는 것이 한국 사회에 행운이었다고 생각합니다.


https://youtu.be/rfxp0rngnIc?si=R7xNra2zb8cMZpT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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