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특한 상상력으로 무장한 영화를 만들어 왔던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가여운 것들을 보았습니다. 어머니의 몸에 아이의 뇌가 들어가 있는 인물 벨라 벡터스가 세상 속에서 성장해 나가는 여정을 그린 영화입니다. 특별한 존재로서 세상을 살아가는 벨라라는 인물의 독특한 시선과 비판의식이 주를 이루게 되는데요. 화려한 미장센과 웅장한 음악도 시선을 집중시켰지만, 이야기적으로 재미있는 영화였습니다.
앞서 말씀 드린 것처럼 란티모스 감독의 영화 답게 독특한 상상력이 발휘되는 영화인데요. 벨라라는 인물은 성인이라고 하기도 아이라고 하기도 어려운 인물이었습니다. 창조자 갓윈 벡터스의 보호에서 벗어난 벨라는 급속도로 성장하게 됩니다. 아직 이성적으로 성장하지 못한 아이가 가장 먼저 관심을 갖는 것이 욕망인 것처럼 처음 벨라가 관심을 가진 것은 섹스였습니다. 바람 둥이 덩컨 웨더번에게 한 번 즐거움을 맞본 후 벨라는 급속도로 빠져듭니다. 하지만 그 후 빠르게 이성적인 것들로 눈을 돌리게 됩니다. 이때부터 벨라는 자의식을 형성 하게 되고 자유에 목말라하게 됩니다. 성인인 어머니의 몸에 들어 있는 아이의 뇌와 영혼은 급속도로 성장을 하게 되는데요. 그만큼 이야기는 긴박하고 급속도로 전개되어서 흥미로웠던 것 같습니다.
덩컨 웨더번과의 여행 속에서 기행과도 같이 끝없는 욕망을 채우던 벨라는 굶주림에 죽어가는 인간들을 보고 연민과 두려움에 빠지면서 그 동안의 자신을 반성하게 됩니다. 누군가가 욕망을 채우면 그 밑에는 굶주림과 고통 속에 살아가는 인간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 후로 벨라는 덩컨의 곁을 떠나고 남성중심의 권위주의적인 세상에서 자유와 해방에 대한 의식을 가진 존재로서 세상을 비판하며 성숙해 나갑니다. 상류사회라는 신분주의적인 대사가 등장하는 것으로 봐아 영화가 상정하는 시기는 아직 현대의 이념이 자리잡지 않은 시대를 상정하는 것 같은데요. 그 후로 벨라는 시대의 폭력과 억압 속에서도 결코 자신의 자유에 대한 의지를 굴복하지 않고 쟁취해 나갑니다. 그리고 당당한 여성으로서 삶의 주인이 됩니다.
벨라를 만든 갓윈 벡터스는 아버지의 의학적 실험 속에 희생양이 되고 맙니다. 냉혹하게 자신을 학대 했던 아버지와 다르게 벨라를 창조하고 따뜻하게 대하려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신성하고도 감성에 기대는 신이 아닌 이성적인 의학자로서 삶을 살았습니다. 항상 인간을 가여워했다는 갓윈 벡터스는 벨라만은 가여워하지 않았다는 말로서 사랑과 존경을 고백합니다. 결국 영화가 말하고자 했던 가여운 존재란 세상 속의 인간들이었던 것입니다.
시대를 짐작할 수 없는 상상의 공간을 구현하는 아름답고도 웅장한 미장센이 시선을 사로 잡았던 것 같습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웅장한 클래식 음악도 청각을 예민하게 자극합니다. 음악과 미술은 신비로운 분위기로 극을 이끌어가는데 도움을 주는 요소 였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때때로 지나치게 화려하고 웅장했던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되는 부분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때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감에 지나치게 시선을 붙잡아 방해되는 요소로 보이기도 했던 것 같아 조금은 아쉬웠던 것 같습니다.
https://youtu.be/cCxjez-1Auo?si=HsHxzRtEy716mJ9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