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 디셈버는 20여년전 30대 여자 그레이시가 남자 중학생과의 불륜으로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사건이 영화로 제작되면서 배우 배리가 그 사건의 주인공 그레이시를 찾아오는 이야기입니다. 현재와 과거, 영화와 현실이 맞닿으면서, 전개되는 심리 스릴러 영화입니다. 일반 스릴러 영화처럼 급격하게 긴장감이나 갈등을 전개 시키지 않기 때문에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영화가 될 것 같습니다. 보다. 진지하고 차분하게 전개 되는 스토리를 좋아하시는 분들에게는 재밌게 볼 수 있는 영화가 될 것 같습니다.
그레이시와 조의 관계는 평범하게 자식들을 키우며, 겉으로 매우 다정하고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배리의 등장으로 20년전의 사건을 상기시키며, 둘의 관계에 불안이 침범하기 시작합니다. 불안한 배경음악은 그 분위기를 효과적으로 전해줍니다.
20년전 그레이시와 조의 사건은 톱뉴스를 장식하며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습니다. 미성년자와 불륜관계를 맺은 그레이시는 감옥신세를 저야했고, 아이를 옥중출산해야했습니다. 현재의 시점에서 그레이시와 조는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담담하게 이야기하고 있지만, 그들의 마음 깊숙한 곳에서는 상처와 트라우마가 아직 아물지 않았던 것 입니다. 불안해 하는 그레이시에게 조는 설득하죠. 영화가 잘 만들어진다면 우리 관계에 더 도움이 될 것이라 다독입니다. 조는 영화를 통해 과거의 자신들의 모습이 더 긍정적으로 바뀌어 비춰줄수 있다 희망하는 듯합니다.
하지만 영화 속 배역을 잘해내고 싶은 배리의 집착으로 조와 그레이시의 관계는 서서히 균열이 싹트기 시작합니다. 과거의 사건이 건드려질 때마다 상처가 자극되는 그레이시와 조입니다. 마침 아이들의 졸업시즌을 맞아 대학으로 떠나가게 되면서 조는 허망한 마음이 남습니다. 20대와 30대를 아이들을 양육하고 보호하는데 보냈던 조에게 남겨진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런 조에게 점점 다가와 과거의 상처를 묻고 캐내려하는 배리의 존재는 부담스럽기만 합니다.
그리고 조는 처음으로 그레이시에게 자신의 심정을 털어 놓습니다. 자신이 아직 너무 어렸었다고 준비가 되지 않았을 때인지도 모른다고 말이죠. 그레이시는 화를 냅니다. 모든 걸 능동적으로 다가온 건 조였다고 말이죠. 하지만 누가 먼저 다가왔는지. 누구의 잘못이였는지 보다. 마음 속에 남아 있는 상처는 어쩔 수 없는 것이지요. 이렇게 자신의 상처를 인정하는 조와 다르게 그레이시는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외피를 씁니다. 배리와의 마지막 인사에서도 강한 모습을 보이죠. 하지만 사냥을 하는 중 여우를 발견하고 한동안 응시합니다. 어쩌면 여우는 지난 날의 여린 그레이시의 마음을 상징하는 지도 모릅니다.
영화는 과거에 대한 상처와 트라우마를 자극하며, 현재에 대한 불안감을 채찍질할 뿐. 현실에서의 커다란 변화는 보여주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들의 내면에 심각한 균열을 내며 잊고 있었던 과거를 상기시키게 합니다. 이 변화가 이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줄지는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영화는 그레이시와 연인인 조가 키우는 나비들의 모습으로 시작합니다. 나비를 키우는 재미를 느끼는 한편 개체수가 줄어든 종을 보호하는 의미 있는 일이기도 하죠. 알을 낳으면 그 알을 부화해서 애벌레를 키운 후 나비로 성장시킵니다. 나비를 키우는 행위는 조에게는 아이를 키우는 행위와 비슷합니다. 정성을 쏟아부어야 하는 행위이죠. 하지만 나비가 되고나면 자유롭게 풀어 줘야합니다.
다른 한편으론 번데기가 변태하여 나비가 되듯 성인이 되는 성장 단계를 보여줍니다. 조가 나비 키우기에 집착하는건 어쩌면 나이를 먹었지만, 아직 그 사건을 겪었던 미성년에 머물러 있기 때문인지도 모릅다. 그래서 화려하게 변태하는 나비를 보며 성장에 대한 집착을 보여준 건지도 모릅니다. 그와 반대로 그레이시는 이미 성인인 상태였기 때문에, 굳이 나비를 성장시키는 일에 집착할 필요가 없었던 것입니다. 다른 한편으론 멀리 날아가는 나비처럼 자유를 상징합니다. 그레이시는 조가 키우는 나비를 벌레라며 아이들이 오기 전에 치울 것을 원했습니다. 다른 한편으론 그레이시가 미성년으로 겪었던 조의 상처에 무감각한 면을 볼 수 있습니다.
배리의 나이는 조와 동갑이면서 사건이 일어날 당시의 그레이시의 나이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레이시의 그 시절의 배역을 맡아야 하기도 하죠. 그레이시는 배리를 불편해하면서 한편으론 경쟁의식을 느끼기도 합니다. 배리는 조에게 자유로워 져도 된다는 말로 그레이시에게서 떠나도 된다 말로 유혹하며, 조와 육체적 관계를 맺게 되죠. 이렇듯 배리는 그레이시가 억눌러왔던 조의 내면에 감춰져 있던 자유와 욕망에 대한 갈망을 상징한다고 생각합니다. 배리의 등장은 그레이시가 조에게 보냈던 편지를 통해 그레이시의 사랑에 대한 허위의식을 폭로하기도 하죠.
배리는 학생들의 질문을 받고 말합니다. 가장하고 싶은 배역이 무엇이냐고, 맞게 될 배역이 악역이면 어쩔거냐고, 배리는 이해할 수 없을 것 같은 인물을 연기하는 것을 좋아한단 말을 하죠. 그리고 도덕의 회색지대를 응시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합니다. 배리가 말하는 것은 어쩌면 감독이 창작자로서 하고싶은 이야기를 말하는지도 모릅니다. 창작자는 논란이 있는 사건을 다루면서도, 복합적이고 다양성이 있는 회색지대의 이야기를 하고 판단을 내리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말이죠. 그 말처럼 메이 디셈버는 어느 한쪽으로 판단하기를 유보하는 대신 인물의 내면을 스스럼 없이 보여줍니다. 좋은 영화란 결국 판단을 내리고 단죄하기보다. 인간의 복잡하고 다층적인 삶을 그대로 담아내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영화를 보며, 당연히 나탈리 포트만과 줄리언 무어의 존재감은 대단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큰 산과도 같은 두 배우가 양쪽에서 균형을 맞춰준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찰스맨튼의 섬세한 연기였던 것 같습니다. 그의 신뢰감가는 연기가 영화를 훨씬더 풍성하게 만들었던 것 같습니다. 앞으로 지켜보게 될 배우가 될 것 같습니다.
https://youtu.be/s_eTaKf4TEE?si=QSbNB50MD0PX1JU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