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새는 노래할 수 있어는 서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지내는 내가, 친구 시즈오, 사치코와 함께 보낸 끝나지 않을 것만 같았던 여름날의 우정과 사랑을 그린 영화입니다. 특별한 사건이 전개되지는 않지만, 세 명의 인물사이의 섬세하고도 미묘한 감정선을 담아내는 솜씨가 훌륭해서 끝까지 집중하며 재미있게 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노래하지 못하는 새
영화는 20대 청년인 내가 서점 아르바이트를 무단으로 출근하지 않는 장면으로 시작됩니다. 그만큼 나는 세상의 규칙에 구속 받지 않는 자유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서점에서 함께 일하는 여자 친구 사치코와 가까워지기 시작하는 찰라. 사치코는 말합니다. 질척거리는 관계는 되지 말자구요. 나는 기다렸다는 듯이 알겠다고 대답하죠. 사치코와 나는 누구보다 가까운 관계이지만 사실 연인도 친구도 아닌 애매한 사이가 되고 맙니다. 친구 시즈오는 사치코와 나의 관계를 알기에. 일부러 피해주기도 하는데. 친구 시즈오가 사치코와 같이 영화를 보러가자는 말을 해도, 나는 신경 쓰지 않습니다. 서로가 서로의 일에 신경 쓰지 않는 것이 친구라고 말을 하죠. 명확하게 관계를 긋지 않는 나의 태도에 시즈오는 사치코에게 마음이 흔들리게 됩니다. 사치코가 점장과 사귀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되고도 나의 태도는 변함이 없습니다. 셋의 묘한 감정의 기류는 영화를 보는 내내 흥미롭습니다. 그렇다고 영화가 이 셋의 관계에 긴장을 설계하지는 않았습니다. 묘하고 두루뭉실한 선이 있고, 그 선들이 서로 맞닿아 건드려지는 정도로 표현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태도를 통해 나라는 인물은 참 자유분방한 인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어쩌면 일반적인 사람들이 생각하는 인물이 아닐 수도 있겠구나 생각했어요. 그렇게 자유분방하고 자신의 속마음을 쉽게 드러내지 않았던 나는 사치코가 시즈오와 정식으로 사귀게 되었다는 말을 듣고 처음으로 흔들립니다. 그리고 자신이 사치코를 사랑해왔다는 사실을 고백하고 맙니다. 나란 인물은 사실 자유분방함이라는 가면으로 자신의 솔직한 속마음을 드러내는 것을 두려워하는 존재였던 것이지요. 결국 이 영화는 숨기고 피해왔던 나라는 인물의 진심 어린 마음을 일깨우는 영화였던 것이죠. 너의 새는 노래할 수 있어라는 제목의 의미 또한 진심을 숨기던 노래하지 못하던 새이던 내가 진심을 고백할 수 있는 존재 즉 노래할 수 있는 새가 되었다는 뜻이란 걸 알게 되었습니다.
책임이 없는 자유
영화는 자유로운 청춘의 모습을 그립니다. 하지만 그 자유에는 책임지는 모습과 진심어린 태도가 결여된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일을 하지 않으면서 돈을 빌리며 술을 마시고 놀면서 보내는 시즈오의 모습과 출퇴근을 마음대로 하며 책임지지 않는 나의 모습이 그것이죠. 결국 시즈오는 어머니가 쓰러지는 순간 깨닫게 됩니다. 자신이 책임을 방기한 죄로 어머니가 쓰려졌다는 것을 말이죠. 물론 말이 되지 않는 이야기이지만, 어머니의 병은 시즈오의 마음에 있던 죄책감을 채찍질 한 것 이지죠. 결국 영화가 그리는 청춘의 여름날이 결코 아름답기만한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책임을 잃어버린 자유란 결국 혹독한 대가가 기다리고 있다 생각합니다.
영원할 수 없는 젊음의 속성
젊음이란 없어져버리는 걸까. 라는 대사는 영화가 바라보는 젊음에 대한 시선을 보여줍니다. 자유롭고 즐거운 젊음이지만 그 젊음이란 결국 영화 속에서 시들어버리는 꽃처럼 영원하지 않다는 것이지요. 그저 즐기면서 시간을 보내기엔 허무하고 허탈한 마음이 남게 될지도 모릅니다. 영화는 삶을 자유속에 삶을 방기하기보다 선택하고 책임을 지는 열정적인 태도를 보여야하는 것은 아닐까라는 질문을 남기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