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부대는 거대기업 만전의 악행을 고발하는 기사를 썼다가 고소를 당하고 해직된 기자가 재기를 노리고 있던 중 만전의 여론조작팀이 있다는 제보를 받게 되고 진실을 파헤치려 고군분투하는 내용의 영화입니다. 긴장감을 가지고 속도감 있게 질주하던 영화는 진실과 거짓사이를 흑과 백으로 가르지 않고, 거짓속의 진실, 진실 속의 거짓이 있을 수 있다는 질문을 던지며 끝을 맺습니다. 장르적 흥미와 메시지를 모두 담은 좋은 영화였던 것 같습니다.
오염된 진실과 거짓사이
영화가 가장 먼저 비판하는 건 이미 오염되어버린 언론일 겁니다. 과거 독재 시대에는 군부정부의 외압을 받았다면, 이제 돈과 기업의 광고의 힘에 굴복해버리는 언론으로 거듭나버려 이제 언론은 사람들에게 신뢰받지 못하는 존재가 되었고, 기레기라는 말이 너무 쉽게 들리곤 합니다. 진실을 쫓던 기자 상진을 퇴직 시킨 것도 그런 기업의 뇌물에 복속되어 있던 편집장이었죠. 그러다보니 사람들은 자연스레. 소문과 괴담에 눈을 돌리게 됩니다. 거짓이 있는 진실이 진실뿐인 진실보다 더 사람들에게 그럴듯해 보인다는 말을 하죠. 이미 뉴스와 신문마저도 거짓을 말하는 시대에 진실 된 이야기는 오히려 외면 받기 쉽다는 것이죠. 오히려 적당한 흠결이 있는 괴담과 소문에 사람들은 더 흔들리게 된다는 이야기일 것입니다. 진실을 파헤치려는 상진은 처음엔 여론조작팀의 존재를 믿지 않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이들이 말하는 이야기가 사실처럼 들리고, 무엇보다 만전에 대한 복수가 너무 하고 싶었기에. 그들에게 설득당하고 맙니다. 하지만 상진에게 돌아오는 것은 또 다른 거짓이었습니다. 상진은 그들의 말이 거짓이라는 것을 믿을 수 없었죠. 진실 속에 거짓이 있다면, 거짓 속에도 진실이 남아 있을 것이라며 사건을 끝까지 파고 결국에는 조작팀이 하는 똑같은 방식으로 자신이 파헤친 진실을 전파하려합니다.
과연 무엇이 사실이고 무엇이 거짓일까요? 인터넷이라는 매체의 발달로 너무도 휩쓸리기 쉬운 여론과 진영논리 속에서 점차 자리를 잃어가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영화는 특정한 사람을 단죄하거나 악으로 지칭하기보다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개개인으로서 깨어있는 의식과 비판의식을 가지고 진실을 대하기를 촉구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진실이 자리를 잃고 거짓이 자리를 차지하는데에는 비판의식 없이 휘둘리고 너무 쉽게 믿어버린 개인의 잘못 또한 크기 때문입니다.
영화는 마치 장기판의 말을 놓듯 업치락 뒤치락하며 진실과 거짓사이를 오갑니다. 이 영화는 이야기의 구조 자체가 메시지를 담는 도화지로서 효과적으로 잘 활용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상업 대중 영화로서 의뭉스럽고 열린 결말을 맺는 것이 쉽지 않을 법도 한데. 그런 용기 있는 선택을 내린 영화를 저는 응원하고 싶습니다.
홍경배우의 연기는 영화를 보고 나서도 떠오를 만큼 좋았고, 생생하게 느껴졌던 것 같습니다. 김성철 배우, 손석구 배우는 뭐 말할 필요도 없겠죠. 김동휘 배우의 연기 역시 좋았던 것 같습니다. 한정된 공간 안에 제한된 인원으로 연출된 영화는 제작비를 아끼는데도 좋았던 것 같습니다. 이를 극복할 수 있었던 건 모두 좋은 이야기의 힘이 아니었나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