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화란을 보았습니다. 화란은 매우 어둡고 폭력적인 영화입니다. 가난 속에 자라난 소년의 삶에 폭력이 어떻게 악순환을 만들어내는지 보여주는 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홍사빈 배우의 연기는 정말 대단하군요. 전반부와 후반부 전혀 다른 성격이 된 인물을 연기한다는 것이 결코 쉽지는 않았을 텐데. 너무나 자연스럽게 해냅니다. 화려한 뮤지션에서 꾸밈없고, 자연스러운 얼굴을 보여준 김형서 배우의 면모도 훌륭했습니다. 송중기 배우는 커리어 중에서 가장 좋은 연기를 보여줬던 것 같습니다. 폭력의 세계에 머물면서도 마음 한켠에 순수한 마음을 간직한 인물의 감정을 훌륭하게 표현해 냅니다. 낫아웃에서 호연을 보여주었던, 정재광 배우의 연기도 빛을 발합니다.
화란의 주 키워드는 가난과 폭력입니다. 가난은 폭력을 불러오고, 그 폭력은 순환의 고리가 되어 결코 벗어날 수 없게 되죠.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난이라는 굴레가 얼마나 많은 고통을 만들어내는지를 보여주는 영화였습니다.
가난과 폭력 속에 자라온 연규에게 치건이 도움의 손길을 내밉니다. 하지만 치건의 세계에 다가간 연규에게 더 큰 폭력이 다가오게 됩니다. 치건은 폭력의 한가운데에 있는 인물이지만, 마음 한구석엔 아직도 순수함을 간직하고 있는 인물 입니다. 무자비한 폭력을 행사하다가도, 자신의 과거와 같은 치건을 볼 때면, 마음 속에 숨겨진 마음이 드러나곤 하죠. 연규는 치건의 과거이고, 치건은 연규의 미래가 될 것입니다. 폭력의 세계에 속하게 되지만, 연규는 죄책감과 연민이라는 감정을 버리지 못합니다. 그 때마다 치건은 세상이 얼마나 폭력적이고 위험한 세계인지를 직시하게 만들죠. 하지만 현실은 그런 연규에게 또 다른 벼랑을 선사할 뿐입니다. 그 위기의 순간 치건은 연규를 구합니다. 연규가 자신의 미래가 되지 않게 하기 위해 자신의 죽음으로서 그 고리를 끊어버린 것입니다. 치건과 연규의 이 관계성의 영화의 중심을 차지한다고 생각합니다.
영화가 무척 어둡고 폭력적이며, 건조한 영화인지라. 대중적으로 흥행하긴 어려운 영화였다고 생각합니다. 영화가 알려질 수 있었던 건 송중기 배우의 선택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송중기 배우의 선택은 성공했다고 생각합니다. 영화 속에서 송중기 배우가 보여준 연기가 너무 훌륭했기 때문이죠.
배우들의 호연과 치건과 연규의 감정의 교차가 효과적으로 담겨 있는 영화입니다. 자본주의가 만든 폭력에 대한 비판이란 메시지도 가슴 깊이 다가왔던 것 같습니다. 결론적으로 의미있는 영화였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