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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씨부인전 리뷰

by 멜리에스컬쳐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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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씨 부인전은 노비로서 생존을 걱정하던 구덕이가 우연히 양반 옥태영 아씨가 되면서 생존을 넘어선 의미 있는 소외된 사람들을 돕는 삶을 살게되는 이야기입니다.


초반 부에는 참혹할 만큼 아팠던 노비 구덕이의 처절한 삶이 보여집니다. 어머니의 죽음, 그 후로 이어진 아버지와의 이별, 자신을 도와준 옥태영 아씨와 주모의 죽음까지. 그야말로 인간이 겪을 수 있는 최악의 경험을 모두 하게 됩니다. 시청자들의 긴장감과 주목도를 높이고, 구덕이의 삶의 참혹함을 드러내고자 하는 작가의 의도는 알것 같습니다만, 지나치게 많은 인물들의 죽음은 이야기의 깊이감과 집중력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가져오지 않았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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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반부부터 구덕이는 양반이자. 사람들의 변호를 하는 외지부 옥태영으로서의 삶을 시작합니다. 그 동안의 상처와 고통의 삶 속에서도 구덕이는 자신을 도와준 옥태영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 하기 위해 강하고 선한 인물로 자신을 변모시켜 나갑니다. 신분제라는 굴레 속에 참혹한 삶을 살았던 구덕이가 옥태영이라는 인물로 살아가며 얼마나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갈 수 있는지 보여줌으로서 신분제가 얼마나 불합리한 제도 였는지를 보여줍니다. 또한 인간이란 얼마나 더 나은 존재로 성장할 수 있는지 인간의 성장에 대한 긍정을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구덕이를 좋아하는 송서인과 성소수자였던 성윤겸이 똑같은 얼굴을 했다는 점은 옥태영과 구덕이가 같은 인물이라는 이야기와 대칭을 이룹니다. 자칫 정극에서 허무맹랑하게 보여질 수 있음에도 작가는 과감하게 이야기를 전개합니다. 후에 이야기를 전개함에 있어서 이 부분은 필요했던 것으로 보여집니다. 물론 단점이 될 수도 있었겠지만 이야기를 더 흥미롭게 한다는 점에서 좋게 작용했다고 생각합니다.


전기수인 송서인을 통해서 드라마는 이 이야기 자체가 어쩌면 하나의 소설과 같은 허구 일 수 있음을 은유합니다. 드라마 속에서 옥씨부인전이라는 소설이 실로 등장하기도 하죠. 현실 속에서 구덕이는 비극적 결말을 맞았지만, 송서인의 옥씨부인전에서는 행복한 결말을 맡게 되었다는 저만의 상상을 해보기도 했습니다.


초반의 비극적인 사건들에서 중반부의 의미있는 옥태영의 성장 서사 그리고 비극적인 후반부와 그것을 뒤집는 긍정적이고 인간에 대한 긍정을 믿는 결말은 인상적이었습니다. 이야기가 끝이 나도록 힘이 빠지지 않고 끝까지 갈등을 잘 풀어가며, 이야기를 잘 마무리 지은 것 같습니다.


저는 과거의 이야기를 다루면서 대부분 왕과 양반들의 이야기만을 다루던 기존의 사극의 한계를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옥씨부인전은 노비와 백성들의 이야기를 다루었고, 그들의 삶과 아픔을 다시 보고 의미를 찾을 수 있었던 점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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