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70은 탈북자로서 어떤 공동체에도 속하지 못한 게이 철준의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그의 삶은 고독하고 고단해 보입니다. 그러던 중 유연히 그는 영준을 만나게 되고, 게이 커뮤니티에 속하게 됩니다. 그리고 영준과의 우정과 사랑사이의 아슬아슬한 관계를 맺으며, 서로 사랑하고 이별을 하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관계 맺는데 서툴었던 철준과 영준은 사랑에 대해 배우고 스스로의 정체성을 확립하며, 성장하게 됩니다.
세밀하고도 섬세한 감정선을 연출해낸 감독의 연출력이 상당히 좋네요. 그리고 깊은 눈빛을 가진 철준을 연기한 조유현 배우는 명배우로서 성장을 예고하는 듯합니다. 영준을 연기한 김현목 배우의 친근한 연기도 좋았구요. 게이 커뮤니티에 대해 잘 모르지만, 영화에서 보여주는 세밀하고도 자세한 묘사는 흥미로웠던 것 같습니다.
앞서 언급한것처럼 3670은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방황을 하던 두 명의 젊은이가 사랑을 통해 스스로를 찾아가는 이야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사랑과 관계 맺음을 배우는 것은 함께였지만,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고독한 여정은 결국 스스로 해나갈 수 밖에 없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3670의 숫자 0은 제로점 결국 스스로 자신을 찾아나가는 과정에 대한 은유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두명의 배우를 주요 인물로 배치해 꽤 긴 러닝타임을 보여주는 영화이지만, 영화는 밀도 높은 감정 묘사로 이야기를 잘 이끌어 나갔습니다. 방황하고 있는 청춘들에게도 좋을 것이구요. 이미 중년을 넘어선 분들에게는 젊은 시절에 대한 추억을 상기 시킬 수 있는 영화가 아닐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