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여름이 지나가면 리뷰

by 멜리에스컬쳐클럽


common.jpg

농어촌 전형으로 대학 진학을 준비하기 위해 시골로 온 기준에게 의도치 않은 친구가 생깁니다. 그것은 부모없이 홀로 생계를 꾸려가고 있는 영준과 그의 형 영문입니다. 영문은 기준을 괴롭히는 친구를 혼내주기도 하고, 때로 불법적인 방법으로도 돈을 구하기도 합니다. 기준은 이런 영준과 영문 형제에게 이끌립니다.


영화는 세 명의 친구들을 통해서 우정을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저에 들과 니가 같은 것 같아'라는 영화속의 대사처럼 이들은 결코 친해질 수 없는 보이지 않는 계급에 갖혀 있었죠. 기준은 여름 동안 우정을 나누던 영준과 영문을 외면한채 떠나게 됩니다.


영화는 친구들 사이의 보이지 않는 권력 관계를 섬세하게 포착합니다. 형이고 힘을 가진 영문이 처음에는 그 권력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부를 가진 부모를 가진 기준이 더 큰 권력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되죠. 기준은 영준과 영문 형제와 나눴던 유대를 회수하면서 답답함을 느꼈지만, 이내 그 권력에 수긍하게 됩니다. 마치 그것이 적자생존의 사회의 원칙이라도 되는 듯이 말이죠.


먹먹하고 가슴 아픈 영화였습니다. 마지막 시골을 떠나는 기준이 탄 차와 영문의 오토바이가 교차로에서 마주칠 때 기준은 그들을 외면합니다. 저는 이 장면에서 많은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바로 이 순간의 단절이 이 영화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었을까 싶었습니다.


뜨거운 여름이 지나가고 있네요. 이들의 여름이 지나가고 이들의 삶은 어떻게 변하게 되었을지. 마음 속으로 생각해 보았습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29번째 호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