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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독서일기

조예은의 칵테일,러브,좀비 리뷰

by 멜리에스컬쳐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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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

어린시절 회를 먹고 부터 빠지지 않던 가시는 자꾸 신경이 쓰이곤 했다. 그러다 나이를 먹고 남자친구를 만나게 되었는데. 그의 가스라이팅과 데이트 폭력이 그녀에겐 마치 목에 낀 가시처럼 그녀를 불편하고 힘들게 만들었다. 소설은 가시를 빼냄과 동시에. 자신을 그토록 괴롭혀왔던 남자친구를 단죄한다. 소설 속에서만 가능한 이야기이지만 그 과정자체가 너무 통쾌하게 느껴졌다.


습지의 사랑

구름 가득 낀 흐린 날 물가를 걷는 것 같은 소설이었다. 죽은 후에도 자신이 죽은 곳을 떠나지 못하는 물과 숲의 만남을 그린 소설인데. 참 씁쓸하고도 울적했다. 공간이 지나도 사람이 있던 기운은 남는다. 그들은 강가와 숲이 사라지고 난 후 어떻게 되었을까. 생각해 보았던 것 같다. 잔잔한 여운. 몽글 거림이 남는 소설이다.


칵테일, 러브, 좀비

뱀술을 먹고 좀비가 되어버린 아버지. 황당무게한 소설이다. 이 소설을 읽는 동안 판데믹 기간을 떠올리게 되더라. 만약 백신이 없었다면 우리 세계는 어떻게 되었을까. 뱀술을 먹고 좀비가 된다. 그리고 이 좀비 바이러스를 없에는게. 뱀신에게 제사를 올리는 것이라니. 참으로 괴랄한 전개가 아닐 수 없다. 그 황당무게함을 재밌게 즐겼다. 아버지는 과거의 가부장을 맹신하는 과거의 사람이고, 그 사람 답게 과거의 방법인 제사를 통해서 사라진다고 볼 수 있다. 제사는 뱀을 몰아내는 것도 그것이지만, 아버지의 마지막을 뜻하기도 한다. 나는 아버지의 세대와 끝을 맺음으로서 새로운 미래를 살아갈 것으로 추측한다.


오버랩, 나이프 나이프

이 소설은 과거로 돌아가 나쁜 일을 없애려고 하지만 상황이 더욱 나빠지기만하는 이야기를 다룬 타임루프물이다. 이토록 지독한 지옥을 설계할 수 있을까. 조예은 작가의 강단이 놀랍기도 하면서도 참 지독한 소설이란 생각이 들었다. 끝이 상당히 암울하고 깊게 남는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 그래. 비극이 너무 많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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