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 호러의 거장 기예르모 델토로의 프랑켄슈타인을 보았습니다. 기대 했던 것보다 완전한 충족감을 주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하지만 눈을 사로잡는 환상적인 비주얼과 감성적이고도 마음 아픈 이야기가 더해져. 즐겁게 보았습니다. 역시 길예르모 델토로 감독은 자신의 장기인 고딕 호러 장르의 영화를 훌륭하게 잘 만들어 냈습니다. 두시간 반이라는 엄청난 러닝 타임에도 불구하고 지루하지 않게 즐겁게 볼 수 있었습니다.
영화의 제목은 생명을 창조한 프랑켄슈타인의 이름입니다. 영화를 보기 전까지만 해도 피조물의 이름일 거라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더군요. 그러니까. 이 이야기에서 창조주가 그만큼 중요한 인물이라는 이야기겠죠. 프랑켄슈타인은 마음이 결여된 냉혈한 같은 아버지 밑에서 사랑을 받지 못한 채 자랍니다. 어머니는 너무도 빨리 운명을 달리하고 말죠. 그는 결국 유능한 의사였던 아버지의 능력주의와 야망만을 답습하는 인간이 되고 맙니다. 그는 아버지를 넘어서겠다는 마음으로 생명을 창조할 야망을 품게 됩니다. 하지만 그는 생명을 받아들일 능력이 없는 창조주였습니다. 아이러니 하게도 이 피조물은 너무도 순수하고 생명을 사랑하는 존재였죠. 하지만 창조주의 냉대 속에서 세상에 홀로 떨어져 상처와 고통을 안고 살아가게 됩니다. 그렇게 모든 비극은 창조주인 프랑켄슈타인의 손 끝에서 완성됩니다. 그가 좀 더 피조물을 사랑스럽고 사려깊게 대했다면 이들의 운명은 완전히 달라졌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영화 속에서도 진정한 괴물은 프랑켄슈타인 당신이란 말이 나오기도 합니다. 프랑켄슈타인은 한 인물을 지칭하지만, 어쩌면 산업화와 물질 만능주의, 전쟁으로 점철되던 인류의 역사 전체를 은유하는 상징처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아쉬운 인물들이 스쳐 가는데요. 프랑켄슈타인과 피조물을 제외한 인물들은 그저 이야기를 위한 바둑판 위의 바둑알처럼 그저 쓰임을 위해서 사용되고 깊이 있게 조명되지 못하는 것 같아 아쉬웠습니다. 가장 아쉬웠던 것은 엘리자베스 역의 미아고스 배우였습니다. 너무도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지만, 그것이 이야기의 전개를 위한 그저 도구로 보였습니다. 크리스토퍼 왈츠라는 명배우가 열연을 펼친 하들란더라는 인물 역시 아쉽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이야기를 전개함에 있어서 선택과 집중을 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모든 주변 인물들의 깊이가 부족하다보니. 이야기가 조금 더 풍성하게 다가오지는 못했던 것 같습니다.
프랑켄슈타인이 왜 고전 인지를 설명해주는 영화였습니다. 그 오랜 시간을 지났음에도 비인간적인 인간사회에 대한 통렬한 비판과 인간 내면의 순수한 아름다움에 대한 열망을 보여주는 좋은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이 이야기는 절망과 희망을 동시에 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절망의 한가운에서도 인간에 대한 희망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지금 이순간 다시 만들어졌다는 것 역시 의미있는 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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