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이 등장하고, 등장인물들의 대화로 이끌어나가는 영화 방식은 에릭 로메르와 홍상수의 그 것을 떠올리게 한다. 좋은 이야기는 항상 좋은 비평을 만드는 것 같다. 우연과 상상을 보고 나니. 리뷰를 쓰는 게 참 재미있었다. 허구에 우연을 개입 시킨 이 영화는 아이러니하게도 다시 현실로 돌아온다. 해석의 다양성과 재미를 주는 영화였다. 인과가 명확한 허구와 다르게 우리의 삶이란 항상 우연과 변수가 존재한다. 오랜만에 흥미로운 영화를 보았다. 영화는 총 세가지의 에피소드로 나뉜다.
첫번째 에피소드는 절친의 새 남자친구가 자신의 전 남자친구인 경우이다. 그녀는 전 남자친구를 다시 만나 자신을 선택하든 절친을 선택하든 하라고 한다. 하지만 이 남자의 마음 속엔 아직 그녀에 대한 미련이 남아 있는 것 같다. 그러던 어느날 절친과 만남을 갖던 중 남자친구를 만나게되고, 처음 그녀는 남자가 전에 자신이 사귀던 남자친구라는 것을 고백하고, 절친이 떠나면서 이야기가 끝이 난다. 두 번째. 자신이 절친과 남자를 남겨둔채 떠나게 된다.
이 에피소드에서 나의 마음은 무엇이었을까. 전 남자친구를 좋아했던 것일까. 아니면, 절친과 만남에 대한 질투와 소유욕 때문이었을까. 알수는 없는 일이다. 영화는 의도적으로 두 씬을 배치한다. 하나는 남자친구를 차지하기 위해 절친을 버리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남자친구를 버리고 절친과의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리라. 둘 중 무엇이 진짜이고 무엇이 상상이었을까. 순서에 따라서 첫번째가 상상이고 두번째가 현실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픽션이란 언제나 원인과 결과에 따라 이야기가 정해지지만, 현실은 수 많은 우연이 존재한다. 영화는 우연을 통해 그녀를 시험하고, 고민하게 만든다. 그것이 이 이야기가 가진 매력인 것 같다.
두 번째 이야기는 낙제로 망신을 당한 남자가 자신이 사귀는 여자를 이용해. 교수를 유혹해 복수를 하려하는 내용이다. 여자는 처음에는 교수를 유혹하려하지만, 교수는 여자가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유혹에 흔들리는 모습을 다른 사람의 시선을 신경쓰지 않는 대범함으로 보고 평가해준다. 자신을 이해해주는 교수에게 감동을 받아 그 계획을 철회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치명적인 실수로 인해. 교수는 위기에 처하게 된다.
이야기는 악의에서 선의로 다시 절망적인 결론으로 이어진다. 인간의 의도와 마음이라는 것이 현실에선 어쩌면 큰 의미를 가지지 못하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보기도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 마음을 폐기해야 하는 것은 아닐 거라 생각한다. 여자는 교수가 말한 대로 자신 그대로의 삶을 살기로 하는 건지도 모른다. 물론 언젠가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은 지게 되겠지만, 그녀는 위험한 삶을 넘나들려 한다. 그리고 그것을 멈출 수 없는 것이다.
세번째 에피소드는 우연히 고등학교 시절 사랑했던 연인을 만나는데. 사실 그 연인이 다른 사람인 것이다. 둘은 잠시 이야기를 나눈 후 서로를 연기하기로 한다. 연기 속에서 둘은 속마음을 털어 놓게 되고 서로를 이해하는 마음을 갖게 된다.
그녀는 운명적인 사랑을 우연히 다시 만나게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었다. 둘은 그 상황에서 거짓을 만든다. 하지만 그 거짓은 어쩌면 현실 보다도더 진심이 담긴 이야기가 된다. 만약 과거의 그녀의 선택이 달랐더라면 지금은 다른 결론에 도달 할 수 있을까. 물론 알 수 없다. 하지만 그녀는 사랑을 만나게 되었고, 그 순간에 충실하게 집중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