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는 사라지지 않는다.

정선임 작가의 단편 소설집

by 멜리에스컬쳐클럽

요카타


1919년 그러니까. 3.1운동으로부터 백년 동안 살아온 요카타 할머니에 대한 소설이다. 하지만 할머니는 4살 이나 덜 먹었다. 어린시절 죽은 언니 대신 살고 있는 것이다. 복지사에게 한글을 배우고 있는 요즘. 할머니에게는 바뀌어버린 세월이 무색하다. 지난 세월의 조각난 기억들과 현재의 사람들을 바라보는 할머니의 삶의 모습이 잔잔하면서도 아련하게 다가오는 소설이었다.


무슨 말인지 알죠


사돈 간인, 안나와 미영이 손녀와 함께 딸과 아들의 집을 방문한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고, 다른 한편으론 병실에 누워 있는 안나의 삶이 교차되어 겹쳐진다. 어쩌면 과거는 안나가 병실에서 꾸는 꿈일지도 모른다. 늙고 병들어 간다는 것은 무엇일까. 사랑하던 손녀와도 가치관과 정치적 신념 때문에 거리가 멀어져 간다. 아무것도 안나가 원하는 것은 아니었을 텐데. 과거를 통해. 치매를 앓고 있던 미영, 사라져버린 미영의 가게를 본다. 쓸쓸함이 뭍어 나왔다. 안나는 누군가에게 말한다. 무슨 말인지 알죠. 그건 알고 있다는 답변이거나. 알고 있냐는 물음이겠지. 나이를 먹어간다고 우리가 우리의 삶을 알수 있는건지. 잘 모르겠다.


우리가 우리였던


고모의 동거인 이던 은재와 나와 애인 연호와 만나, 고모와 은재가 함께 키우던 고양이의 죽음으로 고모의 묘지를 찾아가는 짧은 여정을 다룬 소설. 나와 연호는 결혼후 은재와 고모가 살던 아파트에 들어갈 예정이다. 은재는 고모의 죽음 후 고양이가 죽으면 나가겠다 했다.


이렇다 할 유대를 가지지 않은 세사람의 여행 이지만 은재와 나 사이에는 고모와의 기억을 공유하고 있단 것으로 작은 유대가 생겼다. 소설 속의 낯선 관계와 유대가 부드럽고 다정하게 다가왔다. 하지만 혼인관계가 아닌 동거인이었다는 이유로 소외되는 은재에 대해서는 불편한 마음을 감출수 없었다. 어쨌든 소설은 제목처럼 과거에 대한 이야기다.


얼음이 떨어지던 밤


작은 섬에 카페를 세운 지원과 현우. 어쩌면 그들은 무덤과 함께 살아야 할지 모른다. 함께 살아간다는 것 공존에 대한 이야기. 분명 함께라는 건 부담이 필요한 일이다.


구부린 마음


길고 긴 줄에선 사람들 저마다 자신의 사연을 안고 있다. 하지만 묻고 싶다. 무엇이 누가 우리를 줄 서게 하는 건가. 그 기다림 끝엔 무엇이 기다리는가하고.


고양이는 사라지지 않는다.


한 번도 만난적 없지만 화상 모임으로 팔개월을 함께한 그들 , 지연이 어느날 여행을 가고 연지는 그녀의 고양이를 돌보게 된다. 특별한 변화는 없지만, 연지의 마음이 고양이들에 의해 작은 물결처럼 일렁이는 모습을 보여준다.


귓속말


내집에서 살다죽은 썸낭. 나 역시 삶에 쫓기는 처지이지만 그녀의 입장에 대해 생각하고 죄책감에 빠진다. 보청기를 빼놓고 살며 세상의 소리를 모른척했던 과거가 마음을 건든다.


몰려오는 것들


이것은 그저 소설일 뿐이라기엔 우린 이미 기후위기의 재난 속을 살고 있다. 가진자들이 불러온 재난은 왜 가난한자들의 것인가. 수경을 통해 우리는 성찰의 시간을 갖는다. 몰려온 것이 무엇인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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