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전체적인 감상평.
이 소설집의 가장 큰 테마는 육아와 부모됨에 대한 이야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아이를 키우고 애정을 주는 것과 자신의 삶 사이에서 방황하는 부모들의 모습이 보여지기도 하구요. 그런 부모됨의 실패를 뼈저리게 느끼는 작품들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부모됨과 자기 자신이 됨 사이에서 방황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혹은 삶의 고난을 만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바라봅니다. 삶에서 계속해서 패배하는 열패감을 느끼고 있는 인물들이지만, 그래도 돌파구를 찾고자 하는 어딘가에 있는 희망을 찾고자 하는 인물들의 이야기들을 담고 있는 것 같습니다.
2. 잉글리시 하운드 독에서 개와 벽지가 벗겨진 벽은 무엇을 말할까요?
썰매장에서 우리모두 개를 갖자라는 부분이 나오거든요. 커다란 개와 커다란 집을 언급하죠. 이것은 성재의 과거의 이상과 꿈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미 성재의 개는 죽었고, 성재의 현실을 곤두박질쳐버렸습니다. 과거의 이상과 꿈을 상징한다고 생각합니다.
미연은 자신의 아파트를 얻어서 페인트로 칠하고 새롭게 시작하려고 하죠. 하지만 잊고 있던 과거가 떠오릅니다. 쇄락해버린 성재와 주연의 대한 죄책감처럼 보여지기도 합니다. 자신의 새로운 삶을 시작하고 삶의 절정해 도달했지만, 과거를 함께 나누었던 친구들이 죽었을지도 모를 상황에 처해버렸기 때문입니다. 그런 안타까움과 두려움이 벗겨진 벽을 의미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이 소설은 미연과 민욱의 새출발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면서도 한편으론 자신들을 붙잡는 과거와 친구들을 떠올리면서 죄책감에 빠지지게 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것 같습니다.
3. 술과 바닐라에서 시간이 지난 후 만나게 된 이모님은 자신의 소원이던 운전을 하게 되었고, 더 이상 바닐라 향이 나는 진한 섬유유연제 냄새를 풍기지 않게 되었습니다. 이런 변화를 소설의 결말에 넣은 의미는 무엇일까?
밤새도록 마시던 술을 마시지 않으니. 술냄새를 숨기려 섬유유연제를 쓰지 않아도 되었을 테고 두 아이는 자신의 손자일지도 모릅니다. 인생의 소원이라던 운전을 하게 되었다는 것도, 할 수 없다고 생각했던 꿈 같은 일을 현실로 살아가는 것으로 보아 과거의 굴레를 벗어났다고 생각합니다. 섬유유연제로 자신을 가리지 않고, 당당히 운전을 하며 자신의 삶을 살아간다고 생각합니다.
이모님이 내가 느끼는 죄책감과 안쓰러움을 가진 존재가 아닌 당당하고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4. 참새 잡기에서 참새잡기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할머니와 나의 관계는 어떤 의미를 가질까요?
어린 시절 부모와 이렇다 할 유대관계를 갖지 못하고 살았던 나에게 할머니와의 한 줄기 빛과도 같은 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인간적 유대와 부모의 정 같은 것들이라 생각 되요.
참새잡기 후 새를 놓아준 나의 모습은 아버지와 낚시를 한 아들에게 작은 물고기를 놓아주게 한 순간. 반복되는 부분, 일 때문에 자식들을 돌보지 못하고 살았던 할머니. 일 때문에 아이를 돌보지 못했던 나의 모습 공통점을 찾을 수 있는 것 같아요. 약국을 운영하며 아이를 돌보지 못하면서 죄책감을 느꼈던 나는 어떤 부분에서는 할머니에게 동질감을 느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모든 자식 중에서 유독 큰 아들만을 아끼는 할머니가 한편으론 밉기도 하죠. 애증의 관계라고 생각합니다.
5. 각 단편 작품 감상.
잉글리쉬 하운드독.
과거의 젊은 시절을 추억 할 수 있는 친구들의 몰락으로 인해 퇘락해버린 과거를 아프게 바라봅니다. 한편으론 그들을 돕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립니다. 미래를 준비하는 새로운 시간을 기약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아이러니하고 비극적인 결말이 여운을 주었던 것 같습니다.
술과 바닐라.
작가로서의 야망을 아이가 태어나도 버릴 수 없었던 그녀는 유모를 구해 맡기고, 아이를 직접 돌보지 못하지만, 열정적인 유모 덕분에 위기를 모면하는 듯합니다. 하지만 아이를 더 효과적으로 성장시키기 위해 유모를 떠나보내고. 그토록 열정적으로 매진하던 작가로서도 실패하고 맙니다. 아이를 키우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함께 작가로서의 실패까지 겹치며 무거운 마음을 갖게 됩니다. 아이를 대신 키워줬던 유모에 대한 고마움과 함께. 제대로 된 이별을 준비하지 못하게 한 미안함 마음이 담긴 소설이라고 생각합니다.
참새잡기
유년시절 부모의 사랑을 받지 못했던 내가. 유일하게 할머니와 유대를 쌓았던 애정을 느꼈던 참새잡기라는 놀이를 떠올리는 이야기입니다. 성인이 된 그녀는 일 때문에 자식을 제대로 키우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립니다. 할머니와 그녀는 묘한 평행선을 그리지만 비슷한 점들이 보이기도 합니다.
바다와 캥거루와 나
이혼 후 아이를 키우면서 일 때문에 소홀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에 대한 죄책감과 아이에 대한 미련과 사랑을 보여주는 소설. 후반부 공사장에서 아이를 지켜보는 순간. 과거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시간. 후반부가 인상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고양이 자세를 해주세요.
이혼 후 생활이 망가진 나는 어느 날 요가원에 들르게 되고 규칙적인 운동을 통해 삶의 활력을 다시 찾는다. 요가를 통해서 쓰지 않는 근육을 쓰며 각성을 하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을 가르치며 선의를 전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닫혀있던 마음과 경직되어 있던 몸을 회복한다.
기진의 마음
암에 걸려 치료를 받고 있는 기진은 가족이 있지만 가족으로부터 위로를 받지 못하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유성우를 보러 산에 오르게 되고 길을 잃고 낯선 이의 도움을 받으며 비로소 내면에 존재했던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할로윈
낯선 도시에 남자와 도망을 갔던 나는 할머니의 죽음으로 다시 돌아오게 된다. 그리고 할머니의 가게를 상속받게 된다. 떠날 생각만을 기다리던 나는 가게에서 사람들을 만난다. 그리고 할머니의 숨겨져 있던 딸을 만나고 그녀와 며칠을 보낸 후 가게를 정리하지 않고 계속 영업을 하겠다는 생각을 한다. 할로윈의 할머니는 참새잡기의 할머니와 비슷하다. 일에 매진하고 자식들을 돌보는 것은 소홀했었다. 하지만 나에게는 필요한 순간 다정하고,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면 관계를 맺을 줄 알았던 존재였다.
6. 만약 내가 양육자가 된다면, 어떻게 될 것 같은지. 자신의 시간을 갖는 것과 육아의 균형을 어떻게 유지할 수 있을까요? 아이를 육아 해본 경험이 있다면, 아이를 가지고 난 후 삶의 균형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이야기해주세요.
저는 일단 매우 독립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어서. 아무래도 아이를 낳는 건 힘들지 않을까. 생각을 자주 하곤 했었습니다. 어쩌다 누나의 부탁으로 몇 시간씩 아이를 돌보면서도 참 힘들다고 생각했었습니다. 육아의 균형을 이루려면 일단 파트너와 적절한 시간분배를 해야 할텐데요. 이 부분도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힘들겠지만 잘 이야기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일단 아이가 태어난 순간 제 자신의 일보다는 현실적으로 아이에게 더 신경을 쓰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개인적인 시간을 갖는 것은 아무래도 포기하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