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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멜리에스필름 Apr 14. 2022

킹메이커 영화 리뷰 & 해석

변성현의 두 번째 작품, 어둠과 빛의 깊은 대비를 남기다.

때때로 빛은 어둠을 필요로 한다.

 시대는 서슬 퍼런 유신독재가 지배하던 때, 세상의 빛과 같은 정치인 김운범에게 깊이 끌리는 서창대라는 변방의 인물이 다가가면서 영화는 시작됩니다. 커다란 포부와 이상을 가진 김운범에게도 정치판은 결코 쉬운 곳이 아니었습니다. 그런 김운범에게 서창대는 정치란 승부가 정해지는 한 판의 게임이라는 사실을 일깨워 줍니다. 정당한 방식으로 패배만을 계속하던 김운범에게 서창대는 자신만의 기지를 발휘하며 비로소 승리를 안겨줍니다. 김운범은 반신반의 하지만 결국 서창대의 정치적 능력을 알아보게 됩니다.


 하지만 한 계단씩 나아갈수록 서창대는 야심을 드러내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습니다. 김운범은 평생을 이북 출신이라는 꼬리표를 달며 변방에 살아온 서창대라는 인물의 인간적인 욕심을 이해하면서도, 서창대의 승리에 대한 과도한 직진성과 그릇된 행동들에 두려움을 느낍니다. 그리고 결국 칼을 빼들어 서창대를 내치고 맙니다. 

 세상을 밝게 비춰줘야할 사람 김운범에게 애초부터 어둠 속에 몸을 숨긴채, 승리를 위해서는 더러운 행동도 서슴없이 하는 어둠과 같은 서창대는 어울리지 않는 인물이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영화는 어느 부분에선 김병운도 서창대의 어둠을 받아들이고,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것은 서창대에 대한 인간적인 연민이었으며, 한편으론 승리에 대한 동경이었을지 모릅니다. 서창대를 떠나보낸 후 너무도 당연하게 김운범은 패배의 순간들을 연속으로 겪습니다. 반칙을 모르던 빛과 같은 김운범에게 구정물 같은 정치판에서의 생활은 순탄할 리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 시련 속에서도 굴복하지 않은 김운범은 결국 한국 정치판에 보기 드문 빛으로 남겨지게 됩니다. 


  김운범을 떠난 서창대는 급격히 선회해서 독재 정권을 돕는 역할을 도맡게 됩니다. 애초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목적을 향해가던 야심가 서창대에게 이런 선택은 변절이 아니었는지도 모릅니다. 북한 출신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사회적 진출이 막힌 서창대로서 자신과 가족을 지키기 위한 필연적인 결정이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는 동안 서창대는 역사 속에서 죄인이 되며 대가를 치르게 됩니다. 변성현 감독은 서창대의 약자성을 이해하고 연민하지만, 결코 잘못된 선택과 행동들을 동의해주지는 않습니다. 저는 이런 부분이 영화를 보며 좋았던 것 같습니다. 결국 서창대는 죽을 때까지 한 때 자신이 이상으로 꿈꾸던 김운범을 다시는 만나지 못합니다. 

변성현 감독의 아웃사이더에 대한 시선

 만약 이 영화가 김운범을 중심에 놓고 영웅 서사의 감동 코드를 이용했다면, 흥행에 성공했을지도 모르지만 평범한 영화가 되었을 겁니다. 하지만 변성현 감독의 시선은 김운범보다 아웃사이더인 서창대에게 향해 있습니다. 왜 그는 전작에서부터 결코 쉬운 길을 택하지 않는 걸까요? 저는 사람들이 선하고 강한 영웅을 동경하게 되지만, 약하고 소외된 사람에게서는 동질감과 연민이 생긴다고 생각합니다. 변성현 감독은 이렇듯 강하고 능력이 있는 영웅보다는, 약하고 소외된 사람에게 마음을 붙잡히고 마는 사람입니다. 이런 소수자에 대한 시선이 저의 마음을 붙잡았던 것 같습니다. 저는 변성현 감독의 이런 시선에 매우 흥미를 느꼈고 앞으로 나올 그의 차기작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부족한 글을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https://youtu.be/eNdrEziKD9s?si=25XyqSEBwvzzhLx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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