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Were Never Really Here , 2017
안녕하세요. 오늘 소개해드릴 영화는 너는 여기에 없었다입니다. 작년에 개봉한 영화인데요. 보고 싶다는 마음은 가지고 있었지만, 이제야 보게 되었습니다. 영화의 이야기에 대해서부터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영화를 보지 않으신 분들은 스포일러가 될 수 있음으로 뒤로 가기 버튼을 눌러주세요.
어린 시절 아버지로부터 가정폭력을 겪어왔으며, 전쟁에 참전하여, 죄 없는 포로들의 죽음을 목격했던 조는 과거의 트라우마에 시달립니다. 잠을 자거나 잠시 생각에 잠기면, 고통스러운 기억들이 파고듭니다. 환청과 환상을 보기도 합니다. 그런 그가 매달리는 일은 납치된 아이들을 구하는 일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니나라는 소녀를 구하는 임무를 맡게 됩니다. 배테랑인 조에게 니나를 구하는 일은 결코 어렵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습격을 받게 되고, 니나를 다시 잃게 됩니다. 조는 자신의 모든 것을 잃어버리게 되지만, 니나를 구하는 일을 멈추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 뒤에 거대한 세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조에게 트라우마를 안긴 것은 죄책감인데요. 첫 번째는 아버지에게 구타를 당하는 어머니를 구하지 못했다는 죄책감 두 번째는 전쟁 통에서 컨테이너 속에서 질식해버린 포로 잡힌 소녀들을 구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입니다. 사실 이 두 가지 경우 모두 조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거대한 존재들 때문에 벌어진 일임에도, 조는 가슴 아파하고 그들을 구하지 못한 것에 죄책감을 가집니다. 즉 그의 고통은 그의 인간적인 장점인 양심과 선의가 불러들인 고통입니다. 일종의 종교인들이 말하는 수난과 수련의 시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계속된 고통 속에서도 아이들을 구하려고 하는 그는 영웅적인 인물입니다. 그가 일반적인 인물이었다면, 트라우마 속에 깊숙이 파묻혀 스스로 파멸하거나 다른 누군가를 파괴하고 말았을 것입니다.
조는 매 순간 과거로 돌아가 고통을 겪습니다. 그만큼 어린 시절 겪은 고통의 기억은 쉽사리 치유되지 않습니다. 거기에 성인이 된 후 그는 또 다른 트라우마를 겪어야 했으니까요. 어쩌면, 그가 납치된 아이들을 구하는 것은 과거의 고통받던 자신을 구하려는 작은 시도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아이들을 구해도 그의 고통은 끝맺지 못합니다. 그런 그에게 니나는 좀 특별하 존재였습니다. 니나를 구하기 위해 주지사의 별장에 들른 조는 니나가 스스로 주지사를 살해한 모습을 목격합니다. 놀라운 것은 이 소녀는 자신을 성폭행한 주지사를 살해하고 나서 아무런 두려움 없이 식사를 하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아직까지 어린 시절의 기억 속에 갇혀 있던 조에게 니나는 신선한 충격을 줍니다. 그리고 이들의 만남은 이제 시작이지만, 어쩌면, 조의 상처를 치유하게 될 열쇠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조는 과거에 자신을 학대한 존재들에게 아무것도 할 수 없었지만, 니나는 스스로의 힘으로 그들에게 형벌을 내릴 수 있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니나와 만남을 통해서 구원을 받은 것은 니나가 아닌 조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를 구하려던 조를 아이가 구하게 된다는 결말이 멋지다고 생각합니다. 누구도 예상할 수 없었던 이야기니까요. 물론 조는 니나와 만나고 있던 도중에도, 자살을 하는 망상에 빠집니다. 과거의 상처와 고통이 그를 완전하게 낫게 만들어주지는 못할 겁니다. 하지만 저는 적은 가능성을 보았다고 생각합니다. 이 영화는 고통받았던 조의 일종의 치유기라고 생각합니다. 이들이 서로를 의지하여 슬기롭게 미래를 극복해 나가길 바랍니다.
조의 나이는 대략 40대쯤이 되어 보입니다. 어쩌면 그보다 더 많을지도 모릅니다. 그가 아버지로부터 학대를 받았던 것은 10대 아니 어쩌면 그 보다 훨씬 더 전일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 기억은 그를 평생 동안 괴롭힙니다. 인간에게 어린 시절의 학대가 얼마나 큰 상처를 주고 인생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예가 아닐까 싶습니다. 아동 학대는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린 램지 감독은 아동 학대에 대해서 세심하게 바라보고 있습니다.
니나는 이제 십 대 소녀일 뿐입니다. 하지만 성구매자들에 의해 납치되고 감금되어서 노예 생활을 합니다. 이런 일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만약 구매자들이 없었다면, 그들이 감금되고 납치되어서 학대받는 일은 없었을 겁니다. 이 모든 고통의 근원에는 어른들이 있습니다. 성인으로서 아이를 보호해야 할 인간들이 아이들을 이용하고 고통스럽게 만드는 것은 큰 죄악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일들이 벌어져서는 안 될 것입니다.
아동 납치를 다룬 아저씨와 맨 온 파이어와는 전혀 다른 류의 영화라고 볼 수 있습니다. 두 영화가 상업적으로 재미있게 잘 만들어진 영화인 것은 분명 하나, 아동 납치라는 심각한 소재를 상업적으로 이용했다는 비난을 받았었죠. 즉 두 영화는 상업 장르의 장르적 재미를 극대화한 영화였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다릅니다. 소재와 인물에만 집중한 영화입니다. 두 장품이 택했던 방식과는 정반대의 방식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린 램지 감독은 캐빈에 대하여라는 영화로 알려진 감독인데요. 화려한 색감과 미술을 담아낸 아름답고도 슬픈 영화였습니다. 이번 작품은 전작에 비하자면, 상당히 간소화한 영화인데요. 색감이나 미술에서도 최소한의 표현을 사용하여 절제합니다. 이런 방식은 영화에만 집중할 수 있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배경음악은 라디오 해드의 멤버이자, 영화 음악가로서 명성을 떨치고 있는 조니 그린우드가 맡았는데요. 영화를 보는 동안 음악이 놀라울 정도로 적재적소에 배치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어디서 들어본 듯한 익숙한 사운드도 아니고 새롭고 독특하는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영화를 완성하는데, 좋은 역할을 한 것 같습니다.
전체적으로 매우 깔끔한 영화입니다. 최근 영화에서는 대부분의 영화가 2시간에 육박하면서, 이런 짧은 영화를 보기 힘든데요. 1시간 20분이라는 시간 안에 훌륭하게 이야기를 담아냈습니다. 감정적으로 밀도 있는 장면들이 많다 보니 이 시간이 짧다고 느껴지지도 않습니다.
호아킨 피닉스의 연기는 조의 상처와 트라우마를 잘 표현해냅니다. 대사가 거의 없음에도 불구하고 표정과 몸짓으로 모든 것을 표현해 냅니다. 니나 역을 맡은 예카테리나 삼소노프 배우도 훌륭한 연기력을 보여주는데요. 아직 어린 소녀임에도 고통스럽고 위험한 상황을, 강단 있고, 담대하게 표현해냅니다. 표정과 눈빛으로 많은 것들을 말해주는 배우였습니다. 앞으로의 행보도 기대가 되더군요.
다음은 제 유튜브 채널입니다. 궁금하신 분들은 들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