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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멜리에스필름 May 03. 2022

큐어 - 리뷰 & 해석

キュア, Cure, 1997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큐어가 20여년 만에 리마스터 개봉을 했습니다. 십여년전 이 영화를 보고 가슴 설렜던 저로서는 극장에서 이 영화를 다시 볼 수 있다는 것은 행복이었습니다. 거기다가 전주 국제 영화제에서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을 초청해서 직접 만날 기회까지 얻을 수 있어서 그야말로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스페셜 클래스로 진행된 대담 행사는 내밀한 이야기는 들을 수 없었지만, 그 시절을 추억하며 함께 영화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는 것이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어느 날, 일본의 한 도시에서 목을 엑스자로 그은 살인 사건들이 연달아 일어납니다. 살인범들은 모두 평범한 시민이었고, 뚜렷한 동기가 없이 벌어진다는 점이 의문스러웠습니다. 다카베 형사는 이 의문을 깊게 파고들어 마미야라는 남자가 살인범들에게 최면을 걸어 살인을 하게 만들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죠. 또한 마미야라는 인물은 사교라는 사이비 종교와 관련이 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가장 의문스러운 인물은 살인사건의 교사범인 마미야 였습니다. 이 인물은 자신의 과거에 대해서 전혀 기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처음 살인범들을 만나 이사실을 털어놓고, 살인범들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면서 그들의 마음 속에 있던 불안과 욕망, 분노를 불러일으킵니다. 마미야의 행위는 인물들의 마음 속에 있던 미움과 원망을 끌어오는 방아쇠를 당기는 행위였습니다. 피의자들은 살해하는 순간 당연히 죽여야 했다는 감정을 느꼈다고 합니다. 


 마미야는 이른바 종교의 전도사라는 역할을 해온 것으로 밝혀지는데요. 자신은 텅비어버린 탓에 다른 것들을 볼 수 있게 되었다고 합니다. 인간에게 가장 극단적인 감정은 분노가 아닐까 싶습니다. 분노에 빠져 있는 순간 그 생각 밖에는 할 수 없게 되어버리거든요. 그런 극단적인 감정상태를 불러와 인간을 텅비어비리게 만든 후 인간을 손쉽게 죽이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마미야와 사교집단은 왜 살인을 교사했던 것일까요? 이들은 사람들이 욕망에 빠져 있다고 생각했고, 이 욕망으로 가득찬 세상을 비우려는 시도를 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극단적인 살인 행위이고, 이 행위로부터 인간의 욕망을 비워 낼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죠. 


 처음부터 사건을 파악하고 실마리에 도달하며, 스스로 해결해버리는 다카베 형사는 분명 영화 속의 다른 인물들과는 다른 점을 갖습니다. 마미야도 타카베가 최면에 빠지지 않는 것, 그와 대화할 수 있는 것등으로 그를 특별한 인간이라 생각하게 됩니다. 최후의 순간까지도 타카베에게 전도를 하려고 하죠. 저는 아마도 마미야가 타카베를 전도사로 만들려고 했던 것은 아닐까 싶습니다. 타카베도 마미야에게 흔들리는 부분도 나오죠. 정신병에 걸려 타카베의 돌봄이 필요하던 아내가 죽는 상상을 하니까요. 하지만 죄책감을 느끼고 유혹에 넘어가진 않습니다. 수 많은 사람들의 죽음에도 마미야를 올바르게 처벌할 수 없다고 생각한 타카베는 결국 마미야를 살해하고 사건을 해결합니다. 하지만 아내를 맡겨놓은 병원에서 아내는 목이 엑스자로 그어저 살해되고, 타카베가 저녁을 먹은 식당에서 또 다른 살인 사건이 일어날 것을 암시합니다. 결국 타카베는 사건을 완벽하게 해결하지 못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타카베가 마미야를 죽였지만, 아직 세상에 사교 집단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었던 것이지요. 개인의 고군분투로는 결국 거대한 사교집단을 완벽하게 물리칠 수 없다는 암울한 결말이라 생각했습니다.


 또 다른 해석은 타카베가 마미야에게 최면시켜 교살하는 법을 알게 되어서, 아내를 스스로 죽게 만들었고, 식당의 점원이 살인을 하게 만들었다는 해석인데요. 이 해석은 보다 더 암울하고 무시무시해서 비록 전자 쪽도 암울하지만 타가베라는 인물의  양심과 인간성이 살아 있는 전자의 해석을 믿고 싶어지네요.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은 이 영화를 만들게 된 계기가 양들의 침묵이라는 영화를 보고나서 만들게 되었으며, 당시 일본이 욕구불만의 시기에 빠져 있었다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채울 수 없는 욕망이 넘쳤던 시기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앞서 말씀 드린 것처럼 사교집단은 이런 인간의 탐욕을 단죄하기 위해 나타난 집단이란 생각이 듭니다. 탐욕과 분노에 대해서 한 번 다시 생각해보고 그것들에게 빠지지 않기 위해 인간은 노력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큐어는 구로사와 기요시의 작품 중에서 가장 장르적이고 대중적인 작품이면서 동시에 어둡고 시적인 비유가 돋보이는 영화가 아닌가 싶습니다. 구로사와 기요시의 최고의 작품이라 생각지는 않지만 매력적인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는 절규나 회로 같은 작품을 더 좋아하는 편입니다. 큐어를 재밌게 보셨더라면 기회가 되신다면 이 두 작품들도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이상으로 큐어에 대한 이야기를 마무리 하겠습니다.

https://youtu.be/wOgcETetnTw?si=gfyZSEK-LrVvCmW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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