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멜리에스필름 Jul 13. 2022

헤어질 결심 - 리뷰 & 해석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영화를 보지 않으신분들은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이 사랑은 어떻게 시작되었을까요? 우연히 형사와 남편을 잃은 여자가 만납니다. 형사는 여자를 의심합니다. 형사의 추궁에도 여자는 놀라거나 기죽지 않습니다. 남자는 여자의 집에서 잠복을 하고 여자의 생활을 관찰합니다. 어느 순간 이 사랑은 시작되었고, 멈추질 못합니다. 서로 멀어질수록 서로를 끌어당기는 힘은 강해지죠. 형사는 매우 예민하고 섬세한 사람입니다. 그런 섬세한과 예리함은 그를 유능한 형사로 만들었죠. 하지만 어느날 부턴가 불면증에 시달립니다. 형사에게는 아내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 아내는 섬세함과는 거리가 먼 인물입니다. 표면적이고 평면적인 대화를 주로 나누죠. 형사의 마음은 어느날 부턴가 결핍에 시달립니다. 자신을 진정으로 알아봐주고 감정을 함께 나눌 누군가를 그리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형사는 특유의 섬세함과 감각으로 여자가 남편을 살해했을지도 모른다는 결론에 도달합니다. 하지만 여자를 사랑하기에 덮어주려합니다. 그 과정에서 그는 자신이 생각하던 강건한 형사의 이미지를 붕괴시키고 말죠. 그는 그리고 여자에게 자신의 붕괴를 고백합니다. 이 고백은 사랑의 고백이기도 하죠. 우리가 자기 자신을 붕괴시키고 껍질을 벗어던질때 비로소 타인과의 진정한 감응이 시작되는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형사는 수사 도중 한 유부녀를 사랑해서 범죄를 저지른 남자를 만납니다. 감옥가기가 죽기보다 싫다는 이 남자는 결국 자살을 하고 맙니다. 형사는 이후로 실의에 빠집니다. 자신이 남자를 죽였다는 죄책감에 빠지죠. 형사는 사랑 때문에 범죄를 저지른 남자를 깊이 이해하고 공감하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형사는 휴직을 내고 아내가 있는 지방으로 내려갑니다. 그리고 정말 우연히도 여자를 다시 만나게 되죠. 여자의 새로운 남편은 남들을 선동해서 사기를 친 애널리스트였죠. 겉으로는 멀쩡해보이지만, 이미 수 많은 손실을 내고 삶의 밑바닥까지 내려간 후 입니다. 왜 이상한 남자를 남편으로 만났냐는  형사의 말에 여자는 당신과 헤어질 결심을 해야했다고 말을 합니다. 그리고 그녀의 남편은 또다시 살해됩니다. 그리고 이 사건을 형사가 또 다시 수사하게 됩니다. 공교롭게도 여자가 형사를 다시 만나는 법은 살인 사건이라는 불행하고도 참혹한 일이었던 것입니다.



 여자는 이번에도 살인 혐의를 벗어나지만, 형사는 여자가 살인범의 어머니를 살해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하지만 여자를 사랑한 나머지 이번에도 그녀의 범죄를 덮어주려합니다. 하지만 이 두번의 행동은 둘 사이의 치명적인 결함으로 작용합니다. 바로 죄책감이라는 감정이죠. 여자는 둘 사이의 관계가 정상적으로 성립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겠지요. 여자는 바다에 구멍을 파고 그 안에 사랑의 증거물과 자신을 유폐 시킵니다.  그럼으로서 이 사랑은 세상에 전혀 드러나지 못하지만, 형사의 마음 속에서는 영원히 기억되게 되는 것이지요.



 이 사랑은 격랑 속을 해쳐가는 배처럼 위태롭고 처절합니다. 현실 속에서 두 연인이 제대로 결합 할 수 없는 상황 이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다른 한편으론 자기 파괴적이고 혼돈 속을 해매는 사랑의 속성을 보여주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이 둘의 사랑이란 어쩌면 처음부터 이렇게 파국으로 향할 수 밖에 없었던 손으로 잡을 수 없이 뜨겁고 열정적인 그 무엇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영화는 끝이 나지만 관객은 쉽사리 영화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여자가 파놓은 강력한 격랑속에서 형사의 심정이 되어 그녀의 이름을 부르다 해변을 해메게 됩니다.



 한 장면, 장면 어느 하나 헛투루 찍지 않았다는 느낌이 였어요. 모든 장면을 담아두고 싶단 마음이 들더군요. 배우들의 아름다운 모습들도 멋지게 담겼습니다. 아마도 박해일 배우의 가장 아름다운 영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사랑이란 감정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되더군요. 이 영화의 결말은 오래두고 기억하게 될 것 같습니다. 

https://youtu.be/aLiuFJ5ikwg?si=EsPgmseVAAGOmx6p

매거진의 이전글 큐어 - 리뷰 & 해석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