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집을 읽으면서 제 자신의 못나고, 상처받았던 마음들을 되돌아보게 되는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소수자들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의 상처와 아픔을 세심하게 담은 소설이었습니다. 그런 아픔들을 따뜻하게 바라보는 작가님의 시선을 통해서 많은 것을 느낀 시간이었습니다.
애쓰지 않아도
고등학교 시절 선망하던 친구 유나와의 추억을 담고 있는 소설입니다. 운동도 공부도 잘하던 유나와 다르게 특별한 재능도 잘난 것도 없는 나는 엄마 마저 사이비 종교에 빠져버리게 되어 자신과 다르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가까워 지려할 때마다 그런 생각에 빠지게 되죠. 우연히 자신의 비밀을 털어 놓은 나는 그 비밀이 학교에 소문으로 나버렸다는 사실을 깨닫고 배신감과 분노를 느낍니다. 그후로 유나와 나 사이는 점점 멀어집니다. 그리고 좀 더 시간이 지난 어느 날엔가 유나를 용서하기로 합니다. 그리고 다시 유나와 함께했던 날들의 기억을 반추해봅니다. 그 속에서 스스로를 사랑하지 못했던 비뚤어진 자신의 마음을 살펴보게 됩니다. 어쩌면 유나와의 관계를 밀어냈던 건 자신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보곤 합니다. 하지만 이미 시간은 지나버렸습니다. 이제 나는 유나와의 기억을 추억으로 간직하려하는 듯 합니다.
그때 우리는 사랑과 증오를, 선망과 열등감을, 순간과 영원을 얼마든지 뒤바꿔 느끼곤 했으니가. 심장을 줄 수도 있다고 생각한 사람에게 상처 주고 싶다는 마음이 모순처럼 느껴지지 않았으니까.
- 본문 중에서
데비 쳉
취업 준비를 하던 나는 우연히 이탈리아에서 홍콩인 데비를 만납니다. 둘은 장만옥을 줗아했어요. 어릴적 장만옥을 만났던 데비는 언젠가 너도 그녀를 만날 수 있을거라 말하죠. 항상 긍정적이고 사랑하는 사람이 있던 그는 나와 대비가 됩니다. 여행을 함께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헤어집니다. 나는 힘든 취업시간을 보내고 회사생활도 힘겹게 버텨내지만, 그는 사랑을 하는 사람과 결혼을 하고 정비사로 취업을 하죠. 행복한 그를 보며 대리만족을 느끼다가 어느날 데비의 아내가 죽는 사건이 일어나게 되고, 그의 앞에서 엉엉 울고 맙니다. 저는 이 울음이 데비를 위한 울음이라기보다. 자신을 위한 울음처럼 느껴지기도 했던 것 같아요. 시간이 흐르고 데비는 재혼을 하고 둘 사이는 멀어집니다. 그리고 데비를 만나지 않고 홀로 홍콩 출장을 보내기로 하죠. 그 순간 기적처럼 나는 장만옥을 만나게 됩니다. 삶의 아름다운 시기를 함께 보낸 사람과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소설인데요. 소설 속에서 시간이 지나 둘은 멀어지지만 우리의 삶 속엔 항상 마음 속에 추억으로 남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장만옥을 만난 사건이 들내 보여주는 것 같아요.
꿈결
정민은 꿈을 꿉니다. 깨기 힘들고 힘든 꿈을 꿈에서 깨고 나면 잠이 들지 못합니다. 정민은 사랑하는 윤과 헤어지고 고양이를 잃었습니다. 15년이라는 시간이 지나갔습니다. 소설은 정민의 꿈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너는 진짜였고 나는 그게 무서웠지. 네가 나를 좋아한다면, 네가 내 안에서 무언가 좋은 걸 본다면, 그건 오해일 뿐이고 넌 네가 속았다는 걸 곧 알아차리게 될 거라고 생각했어. 그리고 떠날 거라고, 난 그걸 견딜 수 없을 테고, 66p
숲의 끝
오래전 핀란드에서 만났던 친구에 대한 이야기. 소중하고 많은 것을 나눈 친구였지만, 그 친구가 어느날 나를 버리고 떠났던 사건을 기억합니다. 버려지기 전에 먼저 버리고 싶었던 마음이었을까요? 소중한 우정을 간직한 둘 사이이기에 나는 그 시절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친구를 원망하지 않고, 그 기억을 잃어버리지도 않습니다. 그 마음은 어떤 마음이었을지 짐작이 되지 안헤요.
우리가 배울 수 없는 것들
연인 사이는 많은 감정들을 함께 나누고 소통해야한다고 생각해는데, 사실 사람의 감정이란 그렇지 않을 경우가 많죠. 애초에 연인이란 사람들도 타인이고 각자 살아온 방식이 있을 거니까요. 송문은 아버지의 장례식장에 가지 않겠다는 생각을 하고 유리는 그 마음을 헤아릴 수 없다 생각합니다. 처음에는 이해하지 못하지만, 차이를 인정하는 마음을 갖게 됩니다. 그들은 항상 해오던 놀이인 우리가 배울 수 없는 것들 리스트에 송문의 마음을 추가합니다. 알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이 연인은 더 한 발 앞으로 나아가는 듯 합니다.
저녁산책
해주는 이혼을 하고 딸을 키우고 있습니다. 유리는 당당하고 자기 주장을 할줄 아는 아이었는데, 성당에 나가게 되었습니다. 딸의 믿음이 신실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유리는 열심히 했지만, 여자라서 할 수 없는 일들이 정해져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못했죠. 하지만 대복사로 서는데 여자가 할 수 없는 일을 주장해서 바꾸어 내게 됩니다. 그리고 신부가 되는 것을 꿈꾸었지만, 여자라서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죠. 소설을 읽으면서 유리의 당당한 태도가 멋져 보였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한편으론 고리타분한 카톨릭 교리가 원망스럽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우리가 그네를 타며 나눴던 말
평행세계에서 죽은 사람이 나에게 말합니다. 자신이 자신이 고자 노력해서 죽게 되었다고, 우리가 사는 사회에서도 마찬가지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어쩌면 나도 언젠가 비슷한 생각을 했었던 것 같습니다. 내가 솔직하게 내 자신이고자 했을 때, 사회에서는 그들의 규칙과 규범을 강요하곤 했죠. 개인으로 살아가는 것 남들과 다른 생각을 한다는 것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세상이 때로 무섭고 야만적이란 생각들을 했습니다.
문동
때로 우리는 의식하지도 못한 순간에 누군가를 혐오하거나 차별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반대로 전혀 그런 마음을 가지지 않았는데 말이에요. 그런 마음에 대한 소설이었던 것 같아요. 우리 사회에서 혐오와 차별에 오래도록 노출되고 상처받은 사람들을 생각해보게 됩니다.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저 또한 책임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호시절
차별과 혐오에 가담했던 자신이 그 피해 당사자가 되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차별과 혐오는 천천히 마음 속으로 침투해 알 수 없는 순간에 사람을 병들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그것이 가해자가 되었든 피해자가 되었든 말입니다.
손 편지
아동 폭력의 피해자였던 나는 유난히 따뜻했던 당신을 기억합니다. 하지만 끝내 마음을 열지 못했던 나를 기억하기도 하죠. 그리고 그가 어떤 폭력에 의해 밀려날 때까지 서로에 대해서 이야기하지 못합니다. 서로를 생각하고 아꼈음에도 가까워질 수 없었던 그들 사이에는 폭력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세상엔 그 어떤 폭력도 용납되어서는 안되는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폭력은 단순이 그 순간만 고통이 되는게 아니라 당사자들에게 오랜 기간을 병들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마음이 아픈 소설이었습니다.
임보일기
키우던 고양이가 죽은 후 나는 고양이를 다시 키우지 않으리라 마음 먹었는데, 우연히 고양이 한마리를 발견하고 임시보호하면서 다시 사랑하게 되는 과정을 그립니다. 임시보호라는 짧은 시간만 함께 할 수 있어서 더 애틋한 시간이지 않았나 싶습니다.
안녕, 꾸꾸
어린시절 닭을 키운후 다시는 닭을 먹게 되지 않았던 나와 공장식사육시스템을 납득할 수 없어서 채식을 시작한 선아와의 만남을 그린 이야기입니다. 좁은 닭장안에서 힘겨운 삶을 살아가는 닭들을 생각하니 죄책감이 들었어요.
무급휴가
이 소설은 소설집의 마지막에 배치되어 있고, 짧은 소설이 아니에요. 소설 집의 소설 중에서 가장 많은 분량을 차지합니다. 유년시절 많은 상처를 안고 있던 미리가 현주라는 소중한 친구를 만나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소중한 관계일 수록 작은 것에 상처받고 그 상처는 더욱 큰 균열을 내게 되죠. 둘도 없이 소중한 친구에게 이해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던 어느날 그녀를 떠나고 오랜 시간이 지나 그녀를 다시 만나는 이야기입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란 언제나 서로를 완전하게 이해할 수 없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소설을 읽으면서 저의 유년시절의 상처를 떠올려보게 되기도 했고, 인연이 끊어진 오랜 친구들을 잠시 생각해 보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이 소설집의 소설 중에서 유난히 마음이 가는 소설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