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독서일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멜리에스필름 Aug 08. 2022

나를 마릴린 먼로라고 하자(한정현작가) - 리뷰

 마릴린 먼로라는 상징


마릴린 먼로는 역사상에서 가장 유명한 여성 중에 한 인물일 겁니다. 백발에 하얀 피부와 아름다운 이목구비로 수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하지만 남성 중심 사회에서 그녀는 섹스 심볼로 여겨졌을 뿐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했습니다. 아름다운 얼굴을 가진이는 백치에 가까운 지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던 시기였습니다. 마릴린 먼로는 한편으론 우상을 떠받들여졌지만, 한편으론 여성이라는 그리고 아름다고 유명한 여성이라는 이유로 혐오와 폭력에 시달리게 된 것이죠. 한국 사회에 퀴어 여성들을 조사해 논문을 작성하려던 이른바 홈즈와 왓슨은 빨치산 치하에서 의사로 활동했고, 매우 아름다웠던 여성을 발견합니다. 당시 교육을 받기 힘들었던 시대에 많은 공부를 해서 의사가 되었고, 높은 계급으로 인정받았지만, 여자라는 이유로 폭력과 혐오에 시달려야했습니다. 작가는 그녀에게서 마를린 먼로를 발견했던 것 같습니다.


추리 소설이라는 장르, 복잡한 구조의 이야기.


 이 소설은 어느 순간부터 인물을 찾아 해메는 추리 소설이 됩니다. 그 과정에서 두 명의 주인공은 셜록과 왓슨이라는 별명이 붙기도 하죠. 소설의 구조는 복잡합니다. 셜록과 왓슨은 어떤 사건으로 헤어지게 되고 다시 셜록이 실종됩니다. 그리고 실종된 셜록을 찾기 위한 이야기가 비로소 시작됩니다. 혐오와 폭력을 받은 빨치산 여의사를 찾으려던 그들이 어느 순간 시대의 폭력과 혐오에 마주치게 됩니다. 이야기 속의 이야기기 인물 속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 장면들을 읽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소설은 아주 촘촘하고 내밀하게 구조화 되어 있었습니다.


한국 사회에서 지워진 존재들. 퀴어 여성의 역사.


시종일관 이야이가 바라보고 있는 것은 한국 사회에서 지워진 존재인 퀴어 여성들입니다. 한국 사회는 유교사상을 바탕으로 매우 가부장적이고 여성차별적인 사회였습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여성은 사회에서 내쳐지고 차별과 폭력 속에 시달리게 됩니다. 그리고 그 속에서 퀴어 여성의 삶은 더욱 힘들고 처참할 수 밖에 없었죠. 일부 페미니즘 세력들 조차 퀴어 여성들을 인정하려 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퀴어 여성들은 사회의 그림자 속에 갇혀 지내야했죠. 소설은 그런 여성들의 역사를 들춰냅니다. 그것도, 한국 사회에서 금기되다 싶이 했던 빨치산에 대한 이야기로 부터 시작을 하죠.


퀴어 여성의 현재와 미래.


이 빨치산 여성을 찾고자 하는 홈즈와 왓슨이라는 젊은 여성들은 퀴어 역사의 기록자이자. 탐구자 탐험자이면서 동시의 당사자이기도 합니다. 폭력과 혐오로 얼룩진 과거를 발견해 나가는 과정에서 스스로 상처입고 폭력과 혐오에 노출 되고 맙니다. 이들이 그로토록 빨치산 여성을 찾아내고자 했던 이유는 거기에 있는 것 같습니다. 이 소설은 퀴어 여성들의 역사를 기록함과 동시에 현재와 미래의 이야기까지 시야를 넓혀갑니다. 상처를 치유하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작가가 찾은 것은 연대와 소통이었습니다.


혐오와 폭력의 시대.


이 소설을 읽는 것은 구조적으로도 어려웠지만, 무엇보다도 참담했던 한국사회의 퀴어 여성들의 삶을 본다는 점에서 더욱 쉽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우경화 되고 점점 더 사회적 약자들에게 가혹해지는 이 시대에 너무도 필요한 소설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소설을 읽는 것이 결코 쉽지 않지만, 반드시 읽어보실 것을 추천합니다. 이 혐오와 폭력의 강을 넘어서 우리사회가 연대와 화합의 길을 걷게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우리에게 허락된 미래 - 조해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