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Sisters , 2020
세자매는 세명의 여인들이 성인이 된 후 살아가는 이야기입니다. 그들의 삶 속에서 진한 애환이 드러납니다. 여성의 삶이란 얼마나 힘든 것인지 생각해 보게 되기도 하는 것 같아요. 제각각 개성을 가진 인물들이지만, 저마다의 이유로 삶의 고난을 겪어나갑니다. 인물들의 개성이 도드라지기 때문에 각이야기마다 차별성이 주어져 흥미로웠습니다. 촘촘하고 깊이 있게 이어지는 이야기는 이 각본이 얼마나 훌륭한지 알게 됩니다. 거기에 세밀한 감정 묘사까지 남자 감독 혼자서 어떻게 이런 리얼한 여성의 이야기를 써냈을까. 조사를 많이하고 공들인 것 같습니다. 마치 도스토포예프스키의 소설을 읽는 것처럼 작은 이야기들이 촘촘히 연결되어집니다. 이승원 감독은 좋은 이야기 꾼이네요.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역시 배우들의 연기입니다. 문소리 배우의 연기는 독보적입니다. 극의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이었습니다. 착하기만한 김선영 배우의 내향적인 연기도 훌륭했습니다. 주위에 정말 그렇게 착하기만한 사람을 보는 듯했습니다. 그리고 조금 놀랐던 건 장윤주배우의 튀어오를 듯 에너지 넘치는 연기였던 것 같습니다. 세 배우의 앙상블이 이루어져 비로소 좋은 영화로 탄생한 것 같습니다. 좋은 배우들을 조화롭게 디렉팅한 감독의 능력도 좋았습니다. 전체적으로 감정적으로 에너지가 많이 쓰이는 영화였지만, 그만큼의 가치가 있는 이야기였습니다. 이 영화를 보고자 고민하시는 분들이라면 누구에게나 추천하고 싶습니다. 극장에서 보지 못하고 왜 이제서야. 보게 되었는지 아쉬울 다름이었습니다.
영화의 첫 장면이기도 하죠. 어린 시절 가정 폭력을 당하고 두 손을 꼭잡고 밤길을 헤매 어른들의 도움을 받으려 했던 자매는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한채 돌아갑니다. 아버지의 가정 폭력은 가족들에게 깊은 트라우마로 남았습니다. 자매는 언니와 동생을 구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에서 헤어나지 못하기도 하죠. 하지만 성인이 된 이들은 아버지와 절연하지 않았습니다. 지난 과거를 마음 속에 묻고 살아갔던 것이죠. 영화는 폭력을 저질렀던 당사자와 피해자인 세자매를 두고 흑과백으로 단죄하지는 않습니다. 자연스럽게 상황이 발생하고 숨겨 있떤 감정들이 드러나게 되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감정의 폭발과 함께 자연스레 화살은 아버지에게로 향하고 아버지는 사과 대신 자해를 택합니다. 그것이 자신의 과거에 대한 반성이었는지. 분노를 이기지 못해 한 행동이었는지. 우리는 끝까지 알 수 없습니다. 때문에 단죄와 사과와 화해 이런 부분들을 영화는 신경쓰지 않는 듯합니다. 늙고 약해지고 한심한 존재로 전락했다는 것만으로도 이들에겐 어떤 부분에선 복수할 가치도 없다고 생각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세 자매는 이 사건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바닷가에 들릅니다. 그리고 오래전 함께 먹었던 음식을 먹기위해 오래된 가게를 들르지만 이미 폐허가 된 가게를 발견합니다. 그리고 해변에서 세자매는 함께 사진을 찍으며 영화는 끝이 납니다. 고통과 애환 속에서도 삶은 지속된 다는 것, 그리고 행복과 좋은 일들도 생길 수 있다는 것을 세 자매의 연대를 통해서 보여주는 영화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