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우리는 네 편의 단편 영화를 묶어서 개봉한 옴니버스 영화입니다. 네편 모두 여성감독들의 영화이며, 배우도 여성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때로는 섬세하고 때로는 날카롭고, 안타깝기도 한 이 시대의 청춘들의 현재의 모습을 그린 영화였습니다. 네 편 모두 훌륭한 연출력과 연기를 보여주는 영화이기에 영화를 보고 나서도 결코 후회하지는 않으실 것 같습니다. 좋은 배우들과 젊은 감독들을 알아 갈 수 있는 즐겁고 뜻 깊은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아직 안보셨다면 보실 것을 추천드립니다.
2박 3일
만난지 2주년이 되는 날 갑자기 헤어지자고 하는 남자와 아직 헤어질 준비가 되지 않은 여자의 2박 3일 동안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여자는 남자의 집에서 남자가 없는데도, 3일동안 머물면서 시간을 보냅니다. 반짝이는 감정이 교차하던 첫 만남과 다르게 헤어짐이란 언제나 지지부진 하기 마련인데요. 한 쪽이 이별을 결심한다고 해도, 다른 쪽의 입장에서는 아직 이별이 어려울지도 모릅니다. 그런 감정을 영화는 포착합니다. 여자의 시점으로 전개 되는 영화인데요. 너무도 무신경하고 예의없는 남자의 모습에서, 화가났고, 여자의 마음에 동조하게 되었던 것 같아요. 여자 역할을 맡은 정수지 배우의 매력이 영화를 잘 이끌어 나간 것 같아요. 정수지배우는 투명하고 순수한 감정들을 드러내 보여주는 좋은 연기를 보여주었습니다. 조은지 감독의 섬세한 시선과 감정의 순간을 포착하는 각본과 연출도 좋았습니다.
5월 14일
생일날 동생의 결혼식을 맡게된 여자의 이야기입니다. 머피의 법칙처럼 시종일관 이 날은 여자에게 가혹한 일들이 연속으로 벌어지고 여자는 결국 눈물을 흘리고 맙니다. 하지만 할머니의 갑작스런 선의에 의해 도움을 받습니다. 지독하게 우울한 어느 날 낯선이의 선의에 감동받아 본 일이 누구나 한 번쯤은 있지 않을까 생각해보았습니다. 우울하고 건조한 시선을 담은 여자를 연기한 이상희 배우의 연기는 매우 좋네요. 짧은 시간 안에 집중된 이야기로 시선을 이끌어야하는 단편 영화 역시 감정선을 잘 표현해내 관객들에게 공감을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한 것 같네요. 부은주 감독의 각본과 연출력도 좋네요.
환불
환불은 회사로부터 합격 통지를 받게 된 수진이 겪게되는 하루 동안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먼저 수진은 취업 스터디 모임 회원들에게 주었던 책들을 돌려받고 스터디 회비까지 돌려받습니다. 과거 취업준비생으로서 자신의 삶을 되돌려보려고 노력합니다. 그러던 중 친구로부터 왜 회사에 입사 취소에 항의 하지 않느냐는 말을 듣고 회사로 찾아가게 됩니다. 법적인 용어들을 전부 준비해온 수진이지만, 회사측의 완고하고도 노련한 대응에 수진은 고개를 떨굽니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 회사에서 입기 위해 산 옷을 환불하러 갑니다. 수진은 이 옷을 회사에 찾아가는 동안 한 번 입게 되었죠. 옷가게에서는 확인을 한 후 수진의 옷을 환불처리 해줍니다. 하지만 양심에 걸렸는지 결국 수진은 환불을 취소하고 옷을 가지고 갑니다. 입사취소로 힘들었던 수진은 자신의 사정 때문에 직원의 합격을 취소시키는 회사와 같은 태도를 보이기 싫었던 것입니다. 어쨌든 수진은 한 번 옷을 입었었기 때문이죠. 영화는 입사취소와 환불이라는 두 가지 소재를 잘 버무려 만들었네요. 수진의 선택을 응원하게 되었습니다. 짧은 러닝 타임, 적은 대사 분량이지만, 간결하고 깔끔하게 영화의 핵심 주제를 잘 표현해 낸 좋은 단편 영화네요.
대자보
대학교수의 추문을 폭로하고자 활동하던 학생회 대표 혜리에게 고소장이 들어오게 되고, 그녀는 대자보에 이름을 쓰지 않을 것을 친구에게 말합니다. 친구는 이런 모습에 실망을 하는 한편, 혜리는 고민의 시간을 겪습니다. 대자보는 영화의 러닝 타임이 영화 속 시간과 같은 영화였습니다. 그러다보니 혜리가 겪는 고통과 어려움이 더 가깝게 느껴진 것 같습니다. 카메라는 시종일관 혜리의 옆모습을 비췄습니다. 심리적 압박감과 분노를 동시에 느낀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고민의 시간을 보낸 혜리는 결코 포기하지 않습니다. 대자보에 자신의 이름을 적어 넣는 한편, 자신이 교수로부터 받은 출석요구서를 대자보에 옆에 붙여버립니다. 자신의 고통과 손해까지 감수하는 혜리의 모습에서 젊은 이의 열정과 정의에 대한 진심을 볼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