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했던 성적표의 김민영을 드디어 보게 되었네요. 영화를 보면서 느낀 건 영화가 참 순수하고 꾸밈이 없다는 사실이었습니다. 학창시절 절친이었던 친구와의 멀어짐을 통해서 꿈과 현실 속에서 방황하는 청춘의 모습을 담고 있는 영화였습니다. 청춘의 맑고 투명한 마음이 담겨 있는 영화였습니다.
고등학교시절 삼행시 모임의 멤버로 함께 하던 세명의 친구는 졸업을 하고 각자 다른 도시에 살며 거리를 두게 됩니다. 화상통화로 하던 모임도 뜸해질 쯤 정희에게 민영이 자신의 집으로 놀러오겠냐는 전화를 겁니다. 친구가 그립던 민영은 학창시절 어울렸던 소품들을 바리바리 싸들고 민영의 집으로 향합니다. 하지만 막상 만난 민영은 낮은 점수를 받은 성적표를 보며 상심할 뿐 정희에게는 관심이 없습니다. 화가나고 마음이 상한 정희는 민영과 작은 다툼을 벌이지만, 화해를 하고 잠이 듭니다. 하지만 다음날 민영은 말도 없이 성적표를 고치기위해 자신의 대학이 있는 대구로 내려가버립니다. 헛헛한 마음을 가지게 된 정희는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그리고 하루 동안 민영의 집에서 민영의 일기와 영상들을 훔쳐봅니다. 그 속에서 민영의 꿈과 좌절을 보게 되고 한편으론 그런 민영의 마음을 이해하지만 쉽사리 용서가 되지는 않습니다. 정희는 결국 인간 민영의 성적표를 작성합니다. 그 속에는 학창시절과 달리 너무 변해버린 민영에 대한 투정과 미움이 담겨 있기도 합니다.
왜 영화의 제목은 민영의 성적표가 아니고 성적표의 김민영이 되었을까. 그것은 민영이 지나치게 관심을 갖는 성적표 때문일 것입니다. 정희는 서울로가서 민영을 만나지만 더 많이 대면하게 된 것은 성적표였으니까요. 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사람들의 평가를 받게 됩니다. 그 중에서 성적표는 타인의 기대와 평가를 나타내는 가장 대표적인 소제라고 생각합니다. 성적표를 통해서 영화는 우리가 신경써야할 것은 타인의 평가나 기대가 아니라 자기 자신의 소중한 마음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민영은 자신의 꿈인 아이돌이 되고자 하지만 주변의 평가와 스스로의 판단으로 자신은 결코 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꿈을 잃어버린 민영은 순식간에 자신이 설자리에 대한 공포를 느끼게 되고 사람들이 욕망하는 사람이 되고자 합니다. 그것을 가장 대표하는 것이 유명 대학이고 편입을 하기 위해서는 높은 학점을 맞아야 하는 것이지요. 그렇게 민영에게는 성적표는 절실한 것이 되고 마는 것입니다. 심지어 가장 소중한 친구와의 만남을 망쳐버릴 만큼 말이죠. 정희는 그런 민영에게 확실하게 자신의 마음을 전하는 데요. 여기에는 평가와 기대 대신 친구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걱정하는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어떤 분들에겐 정희가 철이 들지 않고 괴상한 사람으로 느껴지고 민영의 판단이 현실적이고 당연하다고 느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정희에게는 보다 현실적인 고민들이 필요해 보이긴 합니다. 하지만 민영이 사회에서 잃어버리는 진정한 마음과 순수함을 가진 정희는 오히려 민영보다 희망이 있지 않을까. 민영이 현실 속에서 고단한 삶을 살게 되더라도 소중한 것을 잃지 않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컸던 것 같습니다.
청춘을 기억하는 사람과 청춘을 살아가는 모두에게 소중한 추억같은 영화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기회가 되신다면 관람해 보실 것을 추천해드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