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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멜리에스필름 Nov 02. 2023

우리의 하루

#1

 한 여자가 고양이를 기르는 언니의 집에서 서울 생활을 시작했다. 연기를 했던 여자는 이제 연기를 하지 않는다. 여자의 조카가가 찾아와 연기에 대한 조언을 구하려고 한다. 하지만 연기라는 것에 대해서 가르쳐 줄 수 없음을 고백한다. 자기 자신에게 솔직한 것이 새로움을 추구하는 것이 연기라고 조카에게 조언하지만 조카가 알아 들었는지는 알 수 없다. 고양이가 사라지고 언니는 절망한다. 하지만 우연히 고양이를 다시 찾게 된다.

#2

 한 시인이 있다. 젊은 이들로부터 주목을 받게 된 시인은 이제 술과 담배를 마시지 마라는 의사의 권유로 가장 좋아하던 것들을 포기한채 산다. 젊은 여자는 시인의 일상을 다큐멘터리로 촬영하고, 젊은 남자는 시인에게 연기를 하고 싶은데. 조언을 구하고 싶다고 한다. 하지만 역시 시인은 딱히 조언을 해줄 형편이 되지 못하는 것 같다. 한 참을 이야기 한 끝에 젊은 남자는 술과 담배를 사오고 함께 시인과 여자 젊은 남자는 함께 술을 마시며 좋은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저녁에 되자. 젊은 여자와 남자는 떠나고 시인 홀로 남는다. 시인은 젊은 남자가 사온 독주를 마시며 담배를 피운다.


 문득 오랜만에 영화를 보고 싶어졌다. 영화를 본 것은 6개월이 이미 지나 있었다. 가난한 주머니 사정도 이유가 있었지만, 점차 극장에서 영화를 본다는 것이 어려워 지는 하루 하루 였다. 마침 영화를 보는데 홍상수 감독의 영화가 있었고, 술을 조금 마시고 취한채로 영화관으로 갔다. 영화관에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5명이서 영화를 보았다. 영화는 홍상수 감독의 여느 영화를 보느는 듯 자연스러운 일상의 모습을 담고 있었다.


 두 장의 이야기로 나뉘어지는 영화는 비슷한 두 인물이 등장한다. 이제 어느 정도 예술적 성취를 이룬 두명의 남녀가 초심자이자 젊은이의 질문을 받는 입장에 처한다. 시인과 여배우가 하는 이야기는 조언자에게 향한다고 할 수 있지만, 어쩌면 자기 자신에게 향하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어느 정도 평판과 성취를 이룬 두 예술가가 새롭게 할 수 있는 일은 그렇게 많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스스로의 마음을 담아 순수하게 하고자 하는 것을 해내간다면 무언가가 될 것이라는 바람을 담고 있는 것 같다.

 언니는 고양이를 잃고 말한다. 고양이가 없으면 살 수 없을 것 같다고, 다행이 고양이는 찾게 되지만, 만약 찾지 못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늙은 시인의 고양이는 이미 죽어버렸지만, 살아간다. 술도 담배도 더 이상 할 수 없다고 하지만, 살아가야 한다. 산다는 건 어쩌면 살아갈 수록 견뎌야할 것들은 늘어가는 반면 하고 싶은 것은 할수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이르게 된다. 하지만 그럼에도 시인은 모처럼만에 마시는 술과 담배를 마시며 가벼운 웃음을 던지는 것이다. 삶이란 이렇듯 우울하고 뽀족한 돌파구가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순간의 행복과 기쁨이 있는 것이리라.


 영화가 끝나고 씁쓸하게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취기는 아직 없어지지 않아서 적당히 들뜬 상태였다. 늦은 밤바람이 시원했다. 걷기에 더 없이 좋은 날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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