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준별교육과정을 거부하고 통합수업, 프로젝트 수업으로 꿈의 학교를 만들다
다음 소개할 꿈의 학교 이야기는 초등학교 4학년 이후 김나지움, 레알슐레, 하우프트슐레로 나누어지는 것을 거부하고 종합학교로 운영해 높은 성과를 거둔 헬레네 랑에 학교이다. 많은 언론과 책을 통해 이미 알고 있듯이 독일에서는 초등학교 4학년 때 여러 가지 평가를 통해 대학 진학 목표를 두고 공부하는 김나지움과 직업 교육을 목적으로 하는 레알슐레, 하우프트슐레로 나누어진다고 한다. 놀랍게도 학부모들은 담임교사와 학교의 평가를 신뢰하고 진학할 학교를 받아들인다. 이것이 가능할 수 있는 이유는 독일 사회에서 노동의 가치를 존중하는 문화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타일 전문가, 도배 전문가 일당이 삼십 만원을 넘는다는 신문 기사를 봤다. 점점 노동의 가치가 경제적으로 인정받는 사회로 가고 있어 다행이다. 하지만 문화, 사회적 위치는 여전히 존중받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
다양한 나라에서 수준별 교육과정 실험을 했다. 우리나라도 7차 교육과정 2000년대 초반 단위 학급에서부터 아이들 수준을 고려해 수준별 교육과정을 운영하라고 했다. 얼핏 들었을 때는 수준별 교육과정이 좋게 들릴 수 있다. 아이들의 수준에 맞게 학습 난이도를 고려해 교육과정을 구성하니 아이들 모두 학업에 집중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실제 교육 현장에서는 수준별 교육과정 운영 자체가 어렵고 성과도 별로 없음을 알게 된다. [사토 마나부 학교개혁을 말하다/에듀니티]에서 사토 마나부 교수는 전 세계 어디에도 수준별 교육과정이 성공한 사례는 없다고 한다.
당연히 수준별 교육과정을 실시하는 것을 받아들이는 사회에서 종합교육으로 성공한 헬레네 랑에 학교 교육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특별히 하우프트슐레로 진학해 자존감이 떨어지고 인생의 실패자로 살아갈 아이들에게 삶의 의미를 깨닫고 꿈을 찾게 도와준 교육을 탐구할 가치는 충분하다.
헬레네 랑에 학교에는 수많은 특별한 교육 프로그램이 존재한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것을 뽑는다면 프로젝트 수업이다. 6주에서 8주 기간에 걸쳐 하나의 주제를 선정해서 프로젝트 학습을 한다. 주제는 학생들의 흥미와 수준을 고려해 정한다. 숲, 원시사회, 로마인, 식생활, 물, 청소년 등 다양한 주제로 학습을 한다. 교사들은 아이들의 질문을 바탕으로 프로젝트 주제를 선정한다. 동료 교사들과 협의해서 학습 진행 과정을 설정하고, 각 반 상황에 맞춰 개성 있게 교육과정을 운영한다고 한다. 프로젝트 학습은 학생들의 호기심으로부터 출발하였기 때문에 학생들의 수업 참여도가 상당히 높다고 한다. 그리고 프로젝트 학습 종료 후 학부모와 지역사회에 학습 결과를 공유하기 위해 발표회도 한다. 그래서 아이들의 학습 결과도 우수하게 유지될 수 있다.
경기도교육청은 2010년대부터 교육과정 재구성을 통한 프로젝트 학습을 강조하고 있다. 실제 프로젝트 학습을 하면 학생들이 수업에 즐겁게 참여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인간의 기본 심리를 이해한다면 당연한 결과이다. 인간은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할 때 열정과 에너지를 낼 수 있다. 아이들 호기심으로부터 학습이 시작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현재 우리나라 분절된 교과 중심으로 수업을 운영해서는 절대로 아이들의 지적 호기심을 자극할 수 없다. 핀란드에서는 분절된 교과를 폐지하고 통합 교육, 주제 중심 교육을 시도할 예정이라고 한다. 혁신적으로 교육 실험을 하는 핀란드 사회가 부럽다. [학교 교육 제4의 길/21세기 교육 연구소] 앤디 하그리브스, 데니스 셜리는 가장 이상적인 교육은 국가는 단지 교육이 나아갈 방향만 제시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교사에게 최대한 자율성과 독립성이 보장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야 교육공동체에서 교사의 전문성이 발휘된다고 한다. 교육부에서 내려오는 교육 정책, 규제가 최소화될 때 교사의 전문성이 발휘될 것이다. 그래야 실질적인 프로젝트 학습 운영이 현장에서 가능하다. 학교 현장에서 프로젝트 학습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학교는 좀 더 유연해져야 한다. 교사에게 더 많은 자율성을 주고 높은 책임감을 요구해야 한다. 또 학습은 단지 교실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삶의 현장에서 이루어진다는 학습 공간 개념도 학습공원 형태도 바뀌어야 한다.
올해 6학년 사회, 국어, 미술, 음악 교과를 통합해서 ‘민주화 운동 제대로 알기’ 프로젝트 학습을 진행했다. 우리나라 대표적인 민주화 운동인 4.19 혁명, 5.18 혁명, 6월 항쟁, 촛불 혁명을 전문가 집단 수업으로 진행했다. 전문가 수업은 본인이 연구한 것을 다른 친구에게 서로 알려주는 교육 방법이다. 연구하고 싶은 주제별로 모여 아이들이 스스로 자료를 찾고, 발표하며 서로 질문하면서 민주화 운동의 원인, 전개과정, 결과에 대해 학습했다. 기본적인 학습 내용을 배운 후 직접 몸과 마음으로 체험하기 위해 민주화 운동 연극 수업을 진행했다. 4년 전에도 이 프로젝트 수업을 했었는데 그때 한 부모가 머리가 쭈뼛 설정도로 인상적이라고 말했었다. 올해도 어떻게 연극이 펼쳐질까 기대했는데 나의 기대와 달리 연극 수업이 영화 만들기 수업으로 전개됐다. 몇 년 사이에 아이들 성향이 바뀌어 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역시 요즘 아이들은 미디어, 유튜브, 스마트 폰 시대를 살고 있다. 교사, 교육과정, 학습 운영도 아이들의 상황에 맞게 유연하게 변화되어야 한다. 어찌 되었든 나의 기대와는 다르게 전개되었지만 정말 유의미하고 민주화 운동을 몸과 마음으로 깊게 배울 수 있었다. 아이들은 영화 만들기 수업을 통해 이전에 배운 내용을 좀 더 깊게 이해할 수 있었다. 다양한 영상자료와 글을 찾아 공부했기에 가능했다. 진정한 공부는 머리로 배우고, 몸과 마음으로 익혀 삶이 변하는 것이다. 아이들은 프로젝트 학습을 통해 그 과정을 체험했다.
헬레네 랑에 학교에는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문화가 있다. 일주일 동안 있었던 일상을 나누는 것부터 정치, 경제, 문화 심지어 종교까지도 서로의 생각을 정성스럽게 들어주는 문화가 있다. 학교 현장에는 다양한 갈등 상황과 문제가 존재한다. 그런데 많은 갈등과 문제는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거의 풀린다. 유명한 일본 교육학자 사토마나부 교수가 강조하는 배움의 공동체도 들음을 강조한다. 배움은 들음에서부터 시작되는 기본 원리를 강조하고 있다. 아이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필요하다.
대부분 인간의 에너지는 자신을 향한다. 그래서 다른 사람의 이야기보다 본인의 이야기를 한다. 심지어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본인 이야기를 생각하기도 한다. 수준 높은 경청은 한순간에 되는 것이 아니다. 수많은 노력과 경험이 필요하다. 우리 학급은 가끔 서클 활동을 한다. 둥그렇게 앉아 돌아가며 서로의 얘기를 한다. 그리고 궁금한 것은 서로 질문하면서 듣는다. 서로의 얘기를 들으면서 친구들의 의식(SOUL)을 본다. 친구의 의지, 생각, 감정을 읽을 수 있다. 다름을 통해 존중을 배운다. 우리 반 옆에는 감사하게 작은 방과 후 교실이 있다. 친구 사이에 문제가 생기면 거기서 대화한다. 때에 따라 교사인 내가 함께하기도 하고 아이들 스스로 문제를 풀기도 한다. 아이들은 서로의 얘기를 들어주면서 문제를 풀어간다. 6학년 여자아이들은 친구 관계가 예민하다. 그런데 조그만 갈등이 있어도 서로의 생각을 말하고 들어주기 활동을 통해 원만한 친구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과 공간이 필요하다. 우선 가정에서부터 잘 이루어지면 좋겠다. 많은 부모가 착각 속에 살아간다. 자녀와 깊은 대화를 나눈다고 착각한다. 깊은 대화는 말하는 것 중심에서 들어주기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 질문을 적절히 사용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 코칭의 기술을 배울 필요가 있다. 코칭에 관한 많은 책이 있으니 부모와 교사라면 읽어보길 권장한다.
헬레네 랑에 학교에는 침묵 수업, 침묵 공간이 존재한다. 아이들에게 침묵은 매우 어려운 과제이다. 어떤 사람은 학교에서 침묵 수업, 침묵 활동은 어울리지 않다고 볼 수 있다. 학교에서 침묵 수업, 침묵 활동이 어렵다면 가정 또는 종교 활동을 통해 침묵 시간을 전문적으로 배울 필요가 있다. 사람이 변하는 것은 바깥으로부터 변화와 안쪽으로부터 변화가 있다. 운동, 노래, 즐거운 대화, 산책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마음(SOUL)의 변화를 일으키는 경우가 바깥으로부터 안쪽으로 변화이다. ‘몸이 건강해야 마음이 건강하다.’라고 흔히 말하는 거로 이해해도 된다. 그런데 인간은 자신의 내면을 보면서 변하기도 한다. 깊은 내면 관찰을 통해 본인의 의지, 생각, 감정을 읽을 수 있다. 어떤 일에 대한 자신의 의지를 보고,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생각, 기쁨, 슬픔, 사랑 등 다양한 감정을 볼 수 있다. 내면(SOUL)을 봄으로써 말과 행동을 변화시킬 수 있다. 침묵의 시간은 내면을 볼 수 있기에 소중하다. 가정과 학교 현장에서 아이들에게 내면을 볼 수 있도록 시간과 프로그램이 많이 존재하면 좋겠다.
헬레네 랑에 독특한 프로그램 중에 직접 봉사를 실천하는 프로그램이 있다. 사회적 약자를 찾아가서 길게는 3주 정도 직접 몸으로 봉사하도록 한다. 때에 따라서 죽음을 앞둔 노인을 돌봐주기도 한다. 장애인과 노인들을 돌보면서 삶의 가치와 의미를 깊게 깨닫게 된다. 이러한 봉사 활동을 통해 삶의 에너지 방향이 본인에서 세상으로 향해야 함을 깨닫게 된다. 학교에서 머리로만 다른 사람을 도우면서 살아가야 한다는 가르침은 힘이 없다. 직접 사회적 약자를 돌봄으로 깨달을 수 있다. 사회적 약자를 돌봐주면서 그 사회적 약자를 바라보는 자신의 의식(의지, 생각, 감정-SOUL 영역)을 볼 수 있다. 의식 수준이 높은 사람은 식당에서 밥을 먹을 때 노숙인이 들어오면 안타까워 사랑의 마음으로 안아주고 물질적으로 도와준다고 한다. 그런데 의식 수준이 낮은 사람은 코를 잡고 불편함을 맘껏 표현할 것이다. 사회적 약자를 직접 만나고 봉사해야 자신의 의식(SOUL)을 볼 수 있다. 우리나라 교육도 봉사 활동을 강조하고 있다. 그런데 대부분 봉사 활동을 정규 교육과정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비정규 교육 활동이다. 좀 더 많은 봉사 활동이 정규 교육과정으로 인정되기를 바란다.
헬레네 랑에 학교 교육 교육과정, 운영 방식 너무 매력적이다. 그래서 수많은 교육학자가 그 학교 사례를 연구했나 보다. 경기도교육청 혁신 교육이 추구하는 이상도 헬레네 랑에 사례와 흡사하다. 경기도 혁신 교육은 3.0 시대를 말한다. 경기 혁신 교육 이야기를 통해 인간의 의식(SOUL)이 어떻게 변화되었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이야기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