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의 살점을 헤집어서라도 뽑아내야 할 삶의 이물질에 대하여
어느 날 오후였다. 무심코 나무 선반 위를 훑으며 물건을 정리하다가 순간적으로 날카로운 무엇인가가 손바닥을 스쳤다.
따끔, 하는 아주 찰나의 불쾌함. 손바닥을 뒤집어 살펴보니 눈에 보이지도 않을 만큼 미세하고 가느다란 가시 하나가 박혀 있었다.
너무 작았다. 이깟 것쯤이야 하는 마음에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당장 피가 솟구치는 것도 아니었고, 손을 크게 움직이지 않으면 느껴지지 않을 만큼 미미하고 가벼운 감각이었으니까.
하지만 일상은 곧 그 작은 침입자에게 서서히 잠식당하기 시작했다.
노트북 자판 위에 손가락을 올릴 때마다, 뜨거운 커피잔의 손잡이를 쥘 때마다, 심지어 길에서 만난 누군가와 반갑게 악수를 나눌 때조차 그 작은 가시는 자신의 존재를 선명하고 날카롭게 증명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정체를 숨기고 있기에 그 통증은 더 집요했다. 신경 줄을 타고 뇌 끝까지 전달되는 그 감각은 점점 더 신경질적이고 예민하게 나를 자극했다.
작은 가시 하나가 손바닥에 박히면, 우리는 그 가시가 닿는 지점을 피하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손의 각도를 뒤틀게 된다.
자연스럽게 물건을 쥐던 동작은 부자연스러워지고, 나의 온 신경은 손바닥 위의 아주 작은 점 하나로 쏠린다. 다른 모든 일상의 평화가 그 작은 점 하나에 인질로 잡힌 셈이다.
마음도 이와 다르지 않다. 상처 입은 마음의 가시를 방치하면, 우리는 더 이상 상처받지 않기 위해 사람을 멀리하거나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감정을 방어적으로 비틀어버린다.
가시는 작지만, 그 가시가 만들어내는 삶의 뒤틀림은 결코 작지 않다.
더는 견딜 수 없어 가만히 앉아 바늘을 찾아보았다. 밝은 전등 아래에서 손바닥을 이리저리 비추어봐도 가시는 좀체 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살점 속에 깊숙이 숨어 나를 비웃기라도 하듯, 가장 연약한 부위를 꾹 누를 때만 비명을 지르게 할 뿐이다.
결국 살점을 조금 헤집어내야만 했다. 가시를 뽑아내기 위해서는 가시가 박힌 깊이보다 더 깊은 곳까지 날카로운 금속을 밀어 넣어야 했다.
스스로 내 살을 가르고 들어가는 그 생경한 통증을 견디며 나는 한 가지 서글픈 사실을 깨달았다. 이물질을 도려내기 위해서는 반드시 그보다 더 선명한 아픔을 스스로에게 가해야 한다는 그 지독한 이치를.
상처를 치유한다는 것은 그런 것이다. 시간이 약이라며 덮어둔다고 해서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환부를 정면으로 마주하고 끄집어내는 과정을 통과해야만 한다.
피 한 방울과 함께 마침내 빠져나온 가시는 허무할 정도로 보잘것없었다.
고작 이 사소한 조각 하나 때문에 내 하루가 이토록 엉망으로 휘둘렸다는 사실이 도저히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하지만 가시가 빠져나간 자리에는 비로소 '자유'가 찾아왔다. 컵을 쥘 때 주저하지 않아도 되고, 자판을 두드릴 때마다 소스라치게 놀라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
그것은 단순히 통증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뒤틀렸던 일상의 감각을 겨우 되찾는 막막한 의식과도 같았다.
사소해 보이는 사물 하나가 인생의 본질을 찌를 때가 있다. 손바닥에 박힌 작은 나무 조각은 나에게 그 어떤 철학 책보다 명확한 가르침을 주었다.
내 안의 가시를 외면하지 않는 것, 그리고 그 통증의 실체를 피하지 않고 끝내 응시하는 것.
가시는 뽑혔으나 손바닥에는 작고 붉은 구멍이 남았고, 세상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다시 무심하게 흘러간다. 오직 나만이 그 미세한 흔적 하나에 나의 온 우주가 흔들렸음을 시리게 감각할 뿐이다.
이제 손바닥의 통증은 가라앉았지만, 그 자리를 관통했던 날카로운 감각은 여전히 손끝에서 서늘한 잔상을 남기고 있다.
이토록 사소한 파편 하나에도 속수무책으로 무너졌던 굴욕감이 이제는 손바닥을 넘어 가슴 한복판으로 묵직하게 전이된다.
우리는 과연 살면서 얼마나 많은 가시를 직접 도려내야 비로소 이 지독한 생의 통증으로부터 한 걸음이라도 멀어질 수 있는 걸까.
뽑아낸 가시의 빈자리로 스며드는 밤공기가 이전보다 훨씬 더 차갑고 명징하게 느껴지는 밤이다.
눈에 보이는 이 작은 가시 하나도 온 생을 비틀거리게 하는데, 형체도 없이 가슴에 박힌 마음의 가시들은 대체 어느 정도의 쓰라림일지 가늠이나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