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생각의 파편들에 관하여

by 풍운아의 되새김질

어느 순간부터 나는 하루를 굳이 평가하려 들지 않게 되었다.
버텼다거나, 잘 살았다고 말하기에는 말이 너무 크고, 그렇다고 아무 일도 없었다고 하기에는 생각이 너무 많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하루는 늘 무언가를 하며 지나가지만, 정작 마음에 남는 것은 그 시간 사이사이에 무심코 스쳐 간 생각들이다.

일을 하다가 문득,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다가 불쑥, 혹은 아무 이유 없이 멍하니 시간을 보내다가 떠오르는 생각들. 특별한 계기가 있어서라기보다는 아무런 맥락 없이 고개를 드는 짧은 문장 하나, 설명되지 않은 질문 하나, 이름 붙이기 어려운 감정의 잔상 같은 것들이다. 대부분은 붙잡지 않으면 생각이었는지조차 기억나지 않은 채 사라져 버린다. 나는 요즘, 그런 파편들을 그냥 흘려보내지 않으려 한다.

그 생각들이 대단해서도 아니고, 반드시 기록해야 할 만큼 중요해서도 아니다. 다만 그 순간의 나는 분명 어떤 생각을 했고, 그 생각은 아주 잠깐이나마 나를 지금의 나로 만들었을 테니까. 굳이 지금 하지 않아도 될 고민이라는 걸 알면서도 자꾸 떠오르는 생각들, 끝까지 밀어붙여도 명확한 답이 나오지 않을 것 같다는 걸 알면서도 쉽게 밀어낼 수 없는 질문들. 이 글은 그런 생각들을 해결하려는 시도가 아니다.

삶을 해석하거나 방향을 제시하거나 의미를 증명하려는 의지도 아니다. 다만 스쳐 지나가려던 생각을 잠시 멈춰 세워 그 형태를 한 번 더 바라보려는 기록에 가깝다. 어쩌면 이건 글이라기보다는, 생각이 머무르는 방식에 더 가까울지도 모른다. 완성된 문장보다는 아직 정리되지 않은 상태의 사유를 그대로 두고 싶다는 마음 때문이다.

그래서 이 글들이 나 자신에게 향한 독백인지, 아니면 누군가가 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전제를 아주 희미하게 품은 방백인지 나 스스로도 명확히 구분하지는 못하겠다. 완전히 혼자에게만 말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분명한 대상을 향해 말을 던지고 있다는 확신도 없다. 아마도 그 중간 어딘가일 것이다. 설명하고 싶지 않은 마음과, 혹시 여러분 중 누군가는 알아볼지도 모른다는 기대가 겹쳐 있는 지점. 이 글들은 그 애매한 거리 위에 놓여 있다.

나는 이 생각들을 함부로 정리하지 않는다. 매끈한 문장이나 깔끔한 결론으로 급히 묶지 않는다. 생각은 정리되는 순간보다 아직 정리되지 않았을 때 가장 솔직한 얼굴을 하고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흔들리는 채로 존재하는 생각 자체가 이미 충분히 많은 것을 말해 주기도 한다.

이 글을 읽다 어느 문장에서 잠시 시선이 멈춘다면, 그것은 깊은 공감 때문일 수도 있고, 단지 지금 여러분의 생각과 우연히 겹쳤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 정도면 충분하다. 모든 생각이 정확히 맞닿을 필요는 없다. 스쳤다는 사실만으로도, 생각은 서로를 확인한다.

나는 여전히 생각하고 있고, 그 생각들은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 의미가 명확하지 않아도, 방향이 분명하지 않아도,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는 남아 있다. 그러므로 적어도 이 순간만큼은, 나는 여기에 존재하고 있다.


Cogito, ergo sum.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 데카르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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