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비빔밥보다 덮밥이 더 좋다

단순함 속의 맛, 사람, 그리고 나

by 풍운아의 되새김질

시간이 갈수록, 나는 점점 비빔밥보다 덮밥을 더 선호하게 된다. 예전에는 여러 가지 재료가 한 그릇 안에서 어우러지는 비빔밥의 조화로움이 좋았다. 다양한 식감을 한 숟가락에 담아 먹는 즐거움, 각 재료가 만들어내는 복합적인 맛의 폭발, 그리고 고추장으로 마무리하는 마지막 한 방울의 짜릿함까지. 그 모든 것이 젊은 나에게는 큰 만족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덮밥이 더 마음을 끈다. 단일한 재료 위주로 구성된 밥 위의 토핑은 단순하지만 그만큼 재료 자체의 맛을 더 뚜렷하게 느낄 수 있다. 가령 간장 소스로 볶은 제육덮밥을 먹을 때, 달짝지근하면서도 짭조름한 소스가 고기에 배어 있는 맛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 각 재료가 서로 섞여 복합적인 맛을 내는 것이 아니라, 하나하나의 맛이 선명하게 살아 있어, 먹는 동안 재료 본연의 특성을 관찰하는 재미가 생긴다.

비슷하게, 카레덮밥이나 치킨마요덮밥을 먹을 때도 그렇다. 모든 재료가 한 숟가락에 섞이는 대신, 한 숟가락씩 먹으며 각 재료의 질감과 맛의 변화를 천천히 즐길 수 있다. 재료 하나하나가 느껴지는 만큼, 음식을 더 ‘음미한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왜 이런 변화가 생겼을까 생각해보면, 나 역시 시간이 지남에 따라 맛을 받아들이는 방식이 바뀐 것 같다. 젊었을 때는 자극적이거나 복합적인 맛이 강한 음식이 좋았다. 한 그릇에 모든 맛을 담아 폭발시키는 비빔밥이 그 시절 나에게 딱 맞았다. 하지만 이제는, 단순하고 명확한 맛을 선호하게 되었다. 음식 본연의 맛을 하나하나 느끼면서 천천히 먹는 시간 자체를 즐기고 싶어진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사람을 바라보는 관점도 비슷하게 변했다는 것을 깨닫는다. 예전에는 모든 특성을 가진, 능력과 매력을 골고루 갖춘 사람이 부러웠다. 다재다능하고, 말도 잘하고, 센스도 있고, 눈에 띄게 빛나는 사람들. 그 시절에는 그런 다채로운 사람들을 부러워하며 닮고 싶어 했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 달라졌다. 나는 오히려 그 사람만의 고유한 색깔을 가진 사람에게 끌린다. 완벽하게 모든 것을 갖춘 사람보다는, 그 사람만의 방식, 그 사람만의 생각, 그 사람만의 감정이 뚜렷하게 느껴지는 사람이 더 마음에 와 닿는다. 음식에서 덮밥이 재료 본연의 맛을 선명하게 느끼게 하듯, 사람에게서도 개별 특성과 색깔이 살아 있는 모습이 더 가치 있게 느껴진다.

어쩌면 이런 변화는 나만의 경험이 아닐지도 모른다.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자극보다는 안정, 복잡함보다는 단순함을 찾는 경향이 있다. 음식뿐만 아니라 일상과 사람을 보는 눈도 마찬가지다. 복잡하게 얽힌 스케줄보다는 여유 있는 시간, 수많은 사람들과의 소란스러운 만남보다는 소수와의 깊은 대화. 그리고 여러 가지 맛이 뒤섞인 비빔밥보다는 덮밥 한 그릇의 명확한 맛, 다재다능한 사람보다는 고유한 색깔을 가진 사람.

결국, 나는 점점 덮밥을 선택한다. 재료 본연의 맛을 천천히 느끼며, 한 숟가락 한 숟가락을 온전히 즐기는 것이 좋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모든 것을 갖춘 완벽한 사람이 아니라, 자기만의 색깔이 뚜렷한 사람과 시간을 보내는 것이 더 마음을 편하게 하고 만족스럽다.

혹시 나만 이런 걸까. 시간이 지날수록, 음식이든 사람이든 나는 단순하고 명확한 것, 고유의 색깔과 맛을 가진 것을 더 좋아하게 된다. 그리고 그 선택이, 생각보다 나를 더 행복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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