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적인 나와 이상적인 나는 오늘도 싸운다

언제쯤, 이 전쟁이 끝날까

by 풍운의 되새김질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부터 하루는 이미 작은 전쟁이다. 알람을 끄고 조금 더 누워 있고 싶은 나와, 당장 일어나 계획을 실행하라고 재촉하는 내가 동시에 존재한다. 한 사람 안에 두 개의 목소리가 산다. 하나는 현실적인 나이고, 다른 하나는 이상적인 나이다. 이 둘은 오늘도 타협 없이 맞붙는다.

현실적인 나는 계산이 빠르다. 손익을 따지고, 실패의 가능성을 먼저 본다. 괜히 무리하지 말라고 말한다. 지금도 충분히 괜찮지 않느냐고, 굳이 더 애쓸 이유가 무엇이냐고 묻는다. 안정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미 가지고 있는 것을 지키는 것이 우선이라고 설득한다.

반면 이상적인 나는 끊임없이 질문한다. 이렇게 사는 것이 정말 최선이냐고, 더 나아질 수 있지 않느냐고 묻는다. 익숙함에 안주하는 태도를 경계한다. 어제와 똑같은 오늘을 반복하는 삶이 과연 살아 있음이라 부를 수 있느냐고 되묻는다. 더 배우고, 더 시도하고, 더 넓은 세계를 경험하라고 등을 떠민다.

문제는 둘 다 틀리지 않다는 점이다. 현실적인 나는 생존을 책임진다. 무모한 도전이 남길 상처를 알고 있다. 이상적인 나는 방향을 제시한다. 멈춰 있는 삶이 서서히 침식되는 과정을 감지한다. 하나는 안전을, 다른 하나는 성장을 추구한다. 이 둘 사이의 긴장은 어쩌면 인간이라는 존재의 기본 구조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흔히 이상적인 나를 더 고귀한 존재로 여기고, 현실적인 나를 비겁한 존재처럼 취급한다. 그러나 그렇게 단순하게 나눌 수는 없다. 현실을 외면한 이상은 공허하다. 이상을 잃어버린 현실은 건조하다. 둘 중 하나만으로는 삶이 성립하지 않는다.

이상적인 나는 나를 앞으로 끌어당긴다. 아직 도달하지 못한 모습, 아직 시도하지 않은 가능성을 상기시킨다. 그러나 그 목소리가 지나치게 커지면 현재의 나를 부정하게 된다. 끊임없이 부족하다고 느끼게 만들고, 만족을 허락하지 않는다. 그 결과 피로와 자책이 쌓인다.

반대로 현실적인 나의 목소리가 커지면 어떠한가. 더는 상처받지 않기 위해 도전을 줄인다. 변화를 두려워하고, 안정이라는 이름으로 반복을 선택한다. 당장은 편안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무언가를 놓치고 있다는 감각이 고개를 든다.

결국 중요한 것은 승패가 아니다. 현실적인 나와 이상적인 나 중 어느 하나를 완전히 이기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오히려 두 목소리가 공존하는 상태를 인정하는 일이 먼저이다. 갈등이 있다는 사실 자체가 아직 살아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아무 갈등도 없다면, 더 이상 바라는 것도 없다는 뜻이 된다.

현실은 늘 구체적이다. 월세, 계약, 일정, 체력, 관계 같은 것들이 촘촘히 얽혀 있다. 이상은 추상적이다. 의미, 성장, 가능성, 자아실현 같은 단어로 표현된다. 우리는 매일 구체와 추상 사이를 오간다. 때로는 현실이 이상을 압도하고, 때로는 이상이 현실을 밀어낸다.

나는 점점 깨닫는다. 이상적인 나가 제시하는 방향이 없다면 삶은 쉽게 침전된다. 그러나 현실적인 나의 계산이 없다면 삶은 쉽게 파열된다. 둘은 서로를 견제하면서 동시에 보호한다. 이상은 현실을 자극하고, 현실은 이상을 다듬는다. 이 긴장 속에서 우리는 조금씩 균형을 배운다.

싸움은 매일 반복된다. 운동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 새로운 공부를 시작할 것인가 미룰 것인가, 하고 싶은 말을 꺼낼 것인가 삼킬 것인가. 사소해 보이지만 이 선택들이 쌓여 삶의 방향을 만든다. 오늘의 작은 결정 하나가 내일의 나를 구성한다.

어쩌면 싸움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완전히 현실에 안착하는 날도, 완전히 이상에 도달하는 날도 오지 않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 사이에서 고민하고 흔들리는 과정이 곧 성장이다. 흔들림은 미성숙의 증거가 아니라,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는 신호이다.

현실적인 나는 말한다. 지금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이상적인 나는 답한다. 아직 아니다. 이 대화는 끝나지 않는다. 그리고 나는 그 끝나지 않음을 받아들인다.

결국 중요한 것은 어느 쪽이 더 크게 말하느냐가 아니라, 내가 어떤 선택을 반복하느냐이다. 완벽한 이상을 단번에 실현할 수는 없다. 그러나 현실 속에서 이상을 조금씩 반영하는 선택은 가능하다. 오늘 하루 1퍼센트라도 이상에 가까워진다면, 그 싸움은 의미를 갖는다.

현실적인 나와 이상적인 나는 오늘도 싸우고 있다. 그러나 그 싸움은 파괴가 아니라 조율에 가깝다. 둘의 긴장 위에서 나는 조금 더 단단해진다.

아마 내일도 다시 다툴 것이다. 그렇다면 그 다툼을 두려워하지 말자. 그 안에는 여전히 더 나은 삶을 향한 의지가 살아 있다. 현실을 발로 딛고, 이상을 눈에 담은 채, 그 사이에서 균형을 배우는 것이 지금의 나일테니까.

그리고 나는 오늘도 그 사이에서 선택한다.

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