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라는 물살 앞에서

인생은 강물을 거슬러 오르는 배와 같다

by 풍운의 되새김질

학문은 흐르는 물을 거슬러 오르는 배와 같다는 말이 있다. 가만히 있으면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뒤로 밀려난다는 뜻이다. 물은 멈추지 않고 흐른다. 배가 노를 젓지 않으면 그 자리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점점 떠밀려 내려간다. 인생도 이와 다르지 않다.

우리는 종종 ‘가만히 있으면 중간은 간다’고 착각한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세상은 생각보다 빠르게 변한다. 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진화하고, 정보는 실시간으로 쌓이며, 기준은 끊임없이 재정의된다. 어제의 상식이 오늘의 구식이 되고, 오늘의 능력이 내일의 평균이 된다. 이런 흐름 속에서 멈춰 있는 사람은 사실상 뒤로 가고 있는 셈이다.

배를 띄워 두기만 해도 언젠가는 목적지에 도착할 것이라고 믿는 태도는 달콤하다. 노력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위안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물살은 언제나 아래로 흐른다. 삶 역시 관성에 맡겨 두면 편한 방향, 익숙한 방향, 쉬운 방향으로 흘러간다. 그 결과는 대개 정체이거나 퇴보다.

그래서 우리는 배를 젓는다. 하나라도 더 배우고, 하나라도 더 익히려 애쓴다. 단순히 지식을 쌓기 위해서가 아니다. 흐름에 잠식되지 않기 위해서이다. 세상이 요구하는 기준을 따라가기 위해서이기도 하고, 스스로를 납득시키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배움은 생존의 기술이자 존엄을 지키는 방식이다.

어떤 사람은 말한다. 굳이 그렇게까지 애쓸 필요가 있느냐고. 이미 충분히 살 만큼 살았고, 굳이 새로운 것을 배우지 않아도 큰 문제는 없지 않느냐고. 맞는 말일 수도 있다. 당장 큰 위기가 닥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서서히 밀려나는 감각은 분명히 존재한다. 대화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순간, 변화의 방향을 읽지 못하는 순간, 자신이 세계와 어긋나고 있다는 느낌이 찾아온다.

그 어긋남은 단순한 불편함이 아니다. 존재의 위치가 흔들리는 경험이다. 사회 속에서 자신의 역할이 축소되는 체험이다. 그래서 사람은 다시 배우려 한다. 유식한 말로는 이를 사회적 활동이라고 부른다. 사회적 활동이란 단지 직장을 다니고 사람을 만나는 행위를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시대와의 연결을 유지하려는 몸부림이다. 흐르는 물과 단절되지 않으려는 노력이다.

학문이라는 말이 거창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꼭 대학 강의실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기술을 익히는 일, 낯선 분야의 책을 펼치는 일, 익숙하지 않은 사람과 대화를 시도하는 일 모두가 학문에 가깝다. 배움은 교과서의 문장에만 머물지 않는다. 삶을 해석하는 방식 자체가 배움이다.

노를 젓는 일은 피곤하다. 반복적이고 지루하다. 때로는 앞으로 나아가는지조차 체감되지 않는다. 하지만 어느 날 문득 돌아보면, 출발점에서 꽤 멀어져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물살에 떠밀려 내려간 것이 아니라, 스스로 선택한 방향으로 이동해 왔다는 사실을 확인한다. 그것이 배움의 축적이다.

반대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은 편안해 보이지만, 그 대가는 서서히 드러난다. 감각은 둔해지고, 사고는 경직되며, 새로운 자극에 대한 저항이 커진다. 변화가 두려워지고, 익숙함에 매달리게 된다. 물은 여전히 흐르는데, 배는 점점 뒤로 밀려난다. 그 거리는 하루아침에 벌어지지 않는다. 아주 조금씩, 그러나 꾸준히 벌어진다.

그래서 인생은 의지의 연속이다. 배우겠다는 결심, 시도해 보겠다는 태도, 실패를 감수하겠다는 각오가 필요하다. 배를 젓는 일에는 항상 저항이 따른다. 물살은 거슬러야 할 대상이다. 그 저항이 있기에 앞으로 나아가는 의미가 생긴다. 만약 아무런 저항도 없다면,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지조차 모른 채 떠밀려 갈 것이다.

배움은 단지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수단이 아니다. 그것은 스스로를 확장하는 과정이다. 새로운 것을 이해할 때, 우리는 이전보다 넓은 세계를 갖게 된다. 사고의 폭이 넓어지고, 타인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진다. 배움은 존재의 밀도를 높이는 행위이다.

물론 모든 것을 다 배울 수는 없다. 모든 흐름을 따라잡을 수도 없다. 중요한 것은 완벽함이 아니라 방향이다. 최소한 노를 쥐고 있다는 사실, 스스로 물살을 인식하고 있다는 태도가 중요하다. 그것만으로도 우리는 떠밀려 가는 존재가 아니라 선택하는 존재가 된다.

인생은 결국 흐름 속에 놓여 있다. 멈춤은 곧 후퇴이고, 무관심은 곧 단절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다시 노를 든다. 하나라도 더 배우고, 하나라도 더 익히려 한다. 그것은 불안의 표현이 아니라 책임의 표현이다. 자신의 삶을 타인에게 맡기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흐르는 물은 멈추지 않는다. 그러니 배도 멈출 수 없다. 느리더라도, 서툴더라도, 방향을 잡고 노를 젓는 한 우리는 뒤로 밀려나지 않는다. 학문이든, 기술이든, 경험이든 무엇이든 좋다. 배우려는 의지가 있는 한 배는 앞으로 나아간다.

결국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다. 물살을 인식하고 있다는 자각, 그리고 그에 맞서려는 태도이다. 인생이라는 강 위에서 우리는 모두 작은 배를 타고 있다. 가만히 있으면 흘러 내려간다. 그러나 노를 젓는 순간, 우리는 자신의 길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