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인사의 빈칸

by 풍운

마지막이라는 사실은 언제나 뒤늦게 따라옵니다. 그 순간에는 그저 평범한 헤어짐일 뿐입니다. 우리는 늘 하던 말로 관계를 정리합니다. 손을 가볍게 흔들고, 짧은 문장을 남기고, 각자의 방향으로 걸어갑니다. 그 장면이 끝이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날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나중에 연락해.” “조심히 들어가.” 특별할 것 없는 말이 오갔습니다. 표정도, 목소리도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서둘러야 할 일이 있었고, 오래 붙잡지 않았습니다. 다음이 있을 거라고 믿었기 때문에 인사는 가볍게 지나갔습니다.

시간이 흐른 뒤 그 장면이 자꾸 떠오릅니다. 손을 흔들던 높이, 돌아서던 속도, 멀어지던 뒷모습이 머릿속에서 반복됩니다. 그때는 아무 의미 없던 부분들이 이상하게 또렷해집니다. 말하지 않은 문장들이 뒤늦게 마음 안에서 자리를 차지합니다.

왜 한마디를 더 하지 않았을까. 왜 잠시라도 발걸음을 늦추지 않았을까. “그동안 고마웠어.” “몸 건강해야 해.” 같은 말이 그 자리에 머뭅니다. 괜히 쑥스러워 삼켰던 표현들이 이제는 더 크게 다가옵니다. 인사는 끝났지만, 제 마음은 아직 마침표를 찍지 못한 상태로 남아 있습니다.

우리는 끝을 알지 못한 채 인사를 합니다. 모든 만남이 언젠가는 멈춘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 순간이 지금은 아니라고 믿습니다. 그래서 감정을 압축해 한 문장으로 정리합니다. 말이 길어지면 어색해질까 봐, 괜히 무거워질까 봐 서둘러 등을 돌립니다.

그 공백은 한동안 후회처럼 남아 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다른 의미를 갖기 시작합니다. 그 빈자리가 제 태도를 바꾸었습니다. 이제는 인사를 조금 더 천천히 건네게 되었습니다. 급하게 끝내지 않고, 한 박자 멈춘 뒤 말을 덧붙입니다.

완벽하게 채울 수는 없습니다. 어떤 인사는 여전히 짧고, 어떤 작별은 갑작스럽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아무 말 없이 흘려보내고 싶지는 않습니다. 작은 문장 하나가 누군가에게 오래 남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이제는 알고 있습니다.

지금 누군가와 헤어지며 인사를 나눈다면, 저는 삼키지 않으려 합니다. 마음에 맺힌 말이 있다면 그대로 꺼내려 합니다. 모든 빈칸을 없앨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스스로에게 남길 공백은 줄이고 싶습니다.

마지막 인사의 빈칸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 자리는 다음 인사를 바꾸어 놓습니다. 짧은 문장 안에 조금 더 마음을 담게 합니다. 지나간 공백은 여전히 남아 있지만, 그 공백 덕분에 지금의 인사는 조금 더 깊어졌습니다. 우리는 그렇게, 비워진 자리 위에서 새로운 인사를 배우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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