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뎌질 줄 알았다

by 풍운

우리 아가를 떠나 보낸 지 어느덧 한 달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한 달이 지나면 조금은 나아질 줄 알았다. 처음처럼 매일 울지는 않을 것이고, 집 안을 돌다가 갑자기 멈춰 서는 일도 줄어들 것이라 생각했다. 시간이라는 것이 그런 역할을 해줄 줄 알았다. 조금씩 무디게 만들고, 덜 아프게 만들어줄 것이라 믿었다.

그러나 아직도 네 목소리가 귓가에 남아 있다. 깡깡 짖던 그 앙증맞은 소리. 현관 앞에 누가 서기만 해도 세상이 무너지는 듯 짖어대던 너의 다급한 외침이다. 지금은 들리지 않는 소리인데도, 가끔은 분명히 들린다고 느낀다. 그때마다 고개를 돌리게 된다. 네가 또 어디선가 뛰어올 것만 같다.

복슬복슬하던 털의 감촉도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손으로 쓸어내리면 부드럽게 갈라지던 결, 목덜미를 만지면 눈을 가늘게 뜨던 표정이 아직 선명하다. 목욕을 시키고 나면 잠시 토라진 듯 굴다가도 결국은 다시 다가와 몸을 기대던 너의 토실토실한 온기. 시간이 흐르면 이런 감각은 흐려질 줄 알았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집 안은 조용해졌다. 지나치게 조용하다. 예전에는 네 발소리가 바닥을 두드렸고, 장난감을 물고 다니는 소리가 하루를 채웠다. 지금은 냉장고 돌아가는 소리와 시계 초침 소리만이 남아 있다. 그 사이에 네 소리가 빠져 있다. 그 빈자리는 생각보다 넓다.

산책길도 달라졌다. 예전에는 네가 멈추는 곳마다 함께 멈추었다. 풀 냄새를 맡고, 바람을 쳐다보고, 지나가는 사람을 빤히 바라보던 너였다. 그때는 왜 그렇게 느리게 걷는지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지금은 그 느린 걸음이 그립다. 조금 더 오래 기다려줄 걸, 조금 더 천천히 함께 걸어줄 걸 하는 생각이 자주 든다.

무뎌질 줄 알았다. 시간이 지나면 사진을 봐도 덜 아플 줄 알았고, 네 이름을 불러도 덜 흔들릴 줄 알았다. 그러나 사진 속에서 웃고 있는 네 눈망울을 보면 여전히 가슴이 내려앉는다. 초롱초롱하던 그 눈이 아직도 나를 바라보는 것 같다. 그 시선을 다시 마주할 수 없다는 사실이 아직도 완전히 실감 나지 않는다.

그래도 예전처럼 하루 종일 울지는 않는다. 밥도 먹고, 웃기도 하고, 해야 할 일도 한다. 겉으로 보기에는 괜찮아 보일 것이다. 그러나 현관문을 열 때 습관처럼 네 이름을 부르려다 멈추는 순간, 나는 아직 무뎌지지 않았다는 것을 안다. 참고 있었을 뿐이다.

너는 늘 먼저 달려와 안겼다. 내가 기분이 좋든 나쁘든 상관없이 같은 얼굴로 반겨주었다. 그 단순한 환대가 얼마나 큰 위로였는지 이제야 알겠다. 당연한 줄 알았던 네 존재가 사실은 하루를 버티게 해주던 힘이었다.

무뎌질 줄 알았다는 말은 사실 바람이었다. 덜 아프고 싶다는 마음이었다. 그러나 이렇게 선명하게 남아 있는 것이 오히려 다행일지도 모른다. 그만큼 깊이 사랑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완전히 잊히는 것이 더 두렵다. 네 목소리가, 네 체온이 기억나지 않는 날이 오는 것이 더 무섭다.

한 달이 지났어도, 나는 여전히 네 이름을 떠올리면 눈시울이 젖는다. 오늘도 너와 함께 걷던 산책길을 천천히 걸었다. 네가 자주 멈추던 자리에서 잠시 서 있었다. 바람이 불었고, 나는 괜히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네가 없다는 사실은 분명한데, 네가 남긴 온기는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

무뎌질 줄 알았지만, 어쩌면 나는 끝내 무뎌지지 않을지도 모른다. 너와의 기억을 안은 채로, 조금씩 앞으로의 시간을 걸어갈 뿐이다.

월, 수,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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